북한 김여정도 허리 숙여 자리 안내…호명 없어도 깍듯한 주애 의전
80여 일 만에 등장한 주애…꼿꼿하게 서서 김여정 안내 받아
호명 없고 자리 뒷줄이지만 김정은과 동승 입장·나란히 퇴장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가 80여일 만에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그에 대한 의전이 보다 깍듯해진 듯한 장면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김 총비서가 신형 전술탄도미사일무기체계 인계인수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TV는 행사 참석자로 주애를 별도로 호명하진 않았지만 이날 주애는 정장을 갖춰 입은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행사장에 등장했다.
영상에는 김 총비서 뒤를 따라 단상으로 걸어 올라가는 주애에게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다가와 자리를 안내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허리까지 살짝 숙이고 팔을 뻗으며 안내를 하는 반면 주애는 꼿꼿하게 서서 이를 보고 있다. 마치 주애를 깍듯하게 의전하는 듯한 모습이다.
김 부부장이 행사에서 누군가를 이처럼 예우하는 것은 김 총비서를 제외하면 보기 드문 장면이다. 김 총비서에 대한 의전도 지난 6월 평양 북러 정상회담 당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당시 옆에서 펜을 가져다주거나 협정서를 챙기는 등 정상회담 같은 굵직한 행사 때만 볼 수 있다.
주애는 이날 행사장 입장과 퇴장도 김 총비서와 함께했는데 차에서 내리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이전 행사에선 주애가 김 총비서의 전용차를 함께 타고 오더라도 김 총비서가 내리는 장면 위주로 화면에 잡혔다면 이번에는 김 총비서와 주애를 동시에 보여준다. 카메라의 동선이 김 총비서가 아닌 부녀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이다.
의전은 깍듯하지만 주애의 존재감은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옅어졌다. TV를 포함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행사 참석자로 주애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간 북한 매체들은 주애를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호명하며 참석 사실을 공개했다.
자리 역시 이번에는 단상 두 번째 줄에 최선희 외무상과 김 부부장 사이에 앉았다. 과거 열병식 등의 행사에서 주석단 맨 앞줄에 김 총비서와 나란히 앉아있던 것과 비교하면 밀려난 듯한 장면이기도 하다. 보도 사진에서도 주애가 부각된 사진은 한장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주애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지만 북한이 주애의 존재를 최대한 부각하지 않으려 애를 쓴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주애는 최근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여러 방면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분위기였으나 지난 3월 15일 강동온실농장 준공식에서 '향도자'로 언급된 이후 공개 활동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를 두고 과도한 관심을 피하기 위해 노출 빈도를 줄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9일 "북한은 김주애를 현시점에서 유력한 후계자로 암시하며 후계자 수업을 진행 중"이라며 "김주애에 대한 주민 반응을 의식해서 선전 수위 및 대외 노출 빈도를 조절하면서도 비공개 활동 병행을 안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youm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