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도 주민도 '중구난방'…김정은 배지 착용 공식은?

첫 공개 후 선대 배지와 혼용…특정 배지 착용 의무는 없는 듯
"발행 초기엔 성과자들에만 배포" 증언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김정은 총비서 동지께서 지난 8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라고 보도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일성 주석 사망 3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북한의 간부들이 '김정은 배지'와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섞어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의 배지 착용과 관련한 '규칙'이 특별히 제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김 주석 사망 30주기를 맞아 김정은 당 총비서가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하고, 중앙추모대회, 음악회 등 추모 일정을 소화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된 사진 속 간부들은 여느 때처럼 저마다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담긴 배지(초상휘장)를 착용하고 있었다.

김 총비서를 필두로 간부 행렬의 3~4열까지 도열한 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김 총비서의 얼굴이 단독으로 들어간 배지를 착용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는 여전히 김일성·김정일의 얼굴이 담긴 '쌍상' 배지를 착용한 간부들의 모습도 다수 포착됐다.

이날 추모행사 참석을 위해 나온 주민들의 왼쪽 가슴에 달린 배지도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크기도 제각각인 것으로 보아 여러 종류의 배지가 여전히 혼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10차 전원회의에서 김 총비서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주석단에 오른 고위 간부들은 모두 '김정은 배지'를 착용한 모습을 보였는데, 회의가 끝나고 이튿날 김 총비서를 따라 군수공장 시찰에 동행한 고위 간부 중 일부는 다시 쌍상 배지를 달고 등장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의 사진을 보면 김덕훈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비서, 리병철 당 비서 등 노동당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 4인방 모두 김일성·김정일 쌍상을 달고 김 총비서를 수행했다.

조용원 비서의 경우 국방공업기업소를 찾았을 때는 쌍상 배지를 착용했다가 같은 날 오후 의료기구 생산공장을 찾았을 때는 '김정은 배지'를 착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위 간부들의 모습을, 북한 내에서 특정 배지 착용이 의무화된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이는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다. 복수의 탈북민들은 북한에 살 때 특정 배지를 착용하라는 지시가 하달된 경우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집 밖으로 나설 때 배지 착용 자체는 의무로, 여러 종류의 배지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전언도 있다.

북한에는 현재 김일성 주석·김정일 위원장의 얼굴이 각각 새겨진 배지와 두 얼굴이 모두 담긴 쌍상, 그리고 김 총비서의 얼굴이 담긴 배지가 혼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최신 배지'의 경우 발행 초기 '비공식적인 권위'를 지닌다는 이야기도 있어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로 지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초기 몇 년은 김정은 배지가 성과를 낸 간부와 일 잘하는 사람 등에게 수여될 것"이라며 "김정은 배지를 달고 있으면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배지가 발행 초기에는 전국적으로 일시 배포되기보다 일부 조건을 걸어 당 차원에서 '하사'하는 방식으로 배포되는 것임을 시사한다. 리 대표의 언급은 이날 노동신문의 보도에서 간부들의 서열에 따라 착용한 배지가 다른 이유를 뒷받침하는 증언으로 보인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