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국가제일주의' 부각…'체제 선전' 속 숨은 남북관계 함의는

남한을 '제1적대국'으로 규정…새 남북관계 규정·정의 담고 있을까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혁명사상'이라고 주장하는 '우리국가제일주의' 이론에 남북관계 및 남한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을지 주목된다는 관측이 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남북을 '두 국가'로 규정한 만큼, 해당 이론에 남한을 '교전국',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을지 여부가 향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측면에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자 기사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 제하 기사를 통해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들고 나가는 것은 전면적인 국가부흥 시대에 맞게 더욱 분발하여 천하제일 강국을 일떠 세우기 위한 투쟁에 매진하자는데 있다"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우리국가제일주의 사상이론을 추진하기 위한 과업으로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가건설 사상과 업적을 견결히 고수하는 것 △김정은 총비서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드는 것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힘 있게 다그치는 것 △나라의 과학기술과 문화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꼽았다.

또 우리국가제일주의 이론을 위한 '방도'로는 자주성 국풍, 군사 중시 애국 기풍, 국가 상징을 애호하는 풍조 등을 언급했다.

우리국가제일주의라는 용어는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즈음에 노동신문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지난 2019년 김정은 총비서의 신년사와 2021년 제8차 당 대회에서도 언급되며 그 사이 이론이 정교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대북한연구 최근호에 '북한의 우리국가제일주의 담론의 계보학'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우리국가제일주의는 2017년 12월 '전략국가 선포'를 전후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 체계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2018년 한반도 평화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국가제일주의는 '조선여성'·'철학'·사회정치학연구'·'김일성종합대학학보' 등 비주류 매체를 통해 다시 체계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2019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국가제일주의가 김 총비서의 입으로 언급된 것은 당과 국가의 공식 담론이 됐다는 뜻"면서 "이후 우리국가제일주의는 김정은 정권을 대표하는 시대 담론으로 승격되고, 북한 특유의 '유기체적 국가론'에 기초해 우리수령제일주의와 동의어가 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의 '남북 두 국가론'과 관련해 "특수한 국제관계인 남북관계 그리고 우리 민족의 일원일 수 있는 남한에 대한 내용을 우리국가제일주의에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우리국가제일주의가 북한의 자국 중심적 사고의 일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국가제일주의 이론에 이미 남북관계가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간 관계'로 정립돼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한다.

이무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북한연구 최근호 '북한의 대남·통일정책 전환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우리국가제일주의에는 북한의 대남·통일정책 전환이 김일성 민족과 사회주의 조선(국가)의 일체화를 완성하고,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한 북한식 '평화공존론'을 정립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남·통일정책의 전환을 통해 민족과 국가의 일체화를 주장하는 우리국가제일주의 담론의 완성, 나아가 김정은 사상의 체계화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전쟁 시 대한민국을 공화국 영역에 편입하는 문제' 등 영토 조항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동족·동질관계·민족·평화통일의 개념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앞으로 헌법 개정 등을 통해 북한식의 남북관계를 재정립하고 우리국가제일주의 이론에도 이같은 내용을 반영·추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