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상화물' 지배한 북한 내부…곳곳 '김씨 3代' 현판·말씀 내걸어
선대 다녀간 곳엔 김정은 추가해 새로 설치하거나 나란히 배치
김정은 '치적'엔 단독 우상화물…선대 계승하면서도 독자적 위상 확립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 곳곳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우상화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김 총비서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초상휘장)처럼 '단독' 우상화물도 있고, 기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의 우상화물에 나란히 새로 세운 것도 있다.
5일 조선중앙TV의 최근 보도를 보면 공장기업소나 학교, 농장 등 김 총비서가 다녀간 곳을 기념하는 현지지도표식비나 그의 혁명업적을 기리는 혁명사적비 그리고 현판, 말씀판 같은 우상화물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주로 김일성·김정일의 현지지도를 기록한 기존 기념물에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 내용을 더해 비를 아예 새로 세우거나, 선대가 다녀갔다는 현판 옆에 김 총비서의 현판을 나란히 걸고 있다.
지난달 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영상을 보면 강서약수공장에 '만대에 빛나라 불멸의 업적이여'라고 적힌 혁명사적비가 세워져 있는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김씨 3대가 이곳을 다녀갔다는 것과 이들의 '말씀'이 적혀있다.
그런데 김 총비서가 이곳을 현지지도한 지난 2017년 6월 당시 이곳에 세워져 있던 비에는 다른 내용의 비가 세워져 있었다.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 내용을 추가하기 위해 추후 비를 새로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16일에 보도된 평양곡산공장에도 '길이 빛나라 불멸의 자욱이여'라는 김씨 3대의 현지지도를 기리는 내용의 비가 세워진 모습이 방영됐는데,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평양곡산공장 현지지도사적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적비 외에 김 총비서가 다녀간 곳임을 알리는 현판도 선대의 것과 나란히 걸린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당중앙간부학교 준공식 현장에서 건물 외벽과 교실 내부에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에 김 총비서 초상화가 나란히 걸린 모습이 처음 포착됐는데 이미 내부에선 3대를 나란히 배치하는 작업이 이전부터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은 이처럼 선대가 먼저 다녀간 곳에는 김 총비서를 '추가'한 우상물을 세우면서 김 총비서 집권 이후 새로 준공된 공장 등 김 총비서가 처음 찾는 곳에는 단독 우상물을 세우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0월 30일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온실농장에 김 총비서의 혁명사적비를 건립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지난 2022년 10월 완공된 곳이다. 지난 2020년 큰 수해를 입었던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는 이듬해 김 총비서 현지지도 1년을 맞아 현지지도 표식비를 세웠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대표적 우상화 조형물로 꼽히는 모자이크 벽화도 금성뜨락또르(트랙터)공장처럼 3대가 모두 찾았던 곳에는 나란히 설치하면서 강동온실농장, 양덕온천문화휴양지 등 자신의 '치적'에는 단독으로 설치했다.
선대를 지우기보다 그들의 이름 옆에 자신의 이름을 나란히 넣어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부각하고 '김일성-김정일주의' 계승 의지를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선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지도자 위상을 확립하려는 움직임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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