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보다 빨리 공개된 김정은 배지…콤플렉스냐 자신감이냐
선대보다 10~18년 빠른 나이에 '배지' 등장…신속한 우상화
선대 후광 없는 독자적 '김정은주의' 부각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올해 집권 12년 차, 40세를 맞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초상휘장'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초상휘장은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로, 김 총비서의 '독보적 우상화' 작업이 선대들보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당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2일 차 회의 관련 보도에서 간부 전원이 김 총비서의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착용한 것을 공개했다.
초상휘장의 등장은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작업 중에서도 '선대와의 차별화'를 유독 부각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김 총비서의 집권 후 10여년 동안에도 북한은 그의 초상휘장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는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선대의 통치이념과 구분되는 김 총비서 고유의 통치이념 부재와도 관련이 있는 행보였다.
그러다 김 총비서가 집권 10년 차를 맞으면서 우상화 수준의 가시적 변화가 나타났다.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를 확립하는 동향이 확인되면서 김 총비서의 입지를 선대들과 '동일한 위상'을 가진 지도자로 '격상'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독보적 우상화' 작업의 흔적은 지난 2022년 10월 연포온실농장에서 확인됐다. 현지지도 업적을 기리기 위한 김 총비서의 첫 '모자이크 벽화'가 공개된 것이다. 모자이크 벽화는 이후 전국 곳곳에 꾸준히 제작됐다.
첫 모자이크 벽화 등장 약 18개월여 만인 지난 5월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서 강의실과 건물 외벽에 선대와 나란히 걸려 있는 김 총비서의 '초상화'가 처음으로 포착됐고 다시 한 달 만인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 총비서의 배지가 공개됐다.
김일성 주석의 초상휘장은 1970년 집권 25년 차를 기념해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8세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휘장은 1992인 2월 그의 생일 50주년을 계기로 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선대들에 비해 어린 나이에 '동일한 위상'의 우상화 작업이 진행 중인 배경과 관련해 김 총비서가 어린 나이에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콤플렉스'가 방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올해 집권 12년 차에 접어들면서 완벽하게 '유일영도체계'를 완성해 선대 수준의 우상화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태양절'(4월 15일)로 부르던 김일성 주석의 생일, '광명성절'(2월 16일)로 부르던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명칭을 올해부터 바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올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한 번도 참배하지 않았다.
'독보적 위상'의 지도자로서 김 총비서는 '핵보유국' 선언을 기반으로 정치·외교·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이룬 '새 업적'을 부각하는 데 우상화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곧 '김정은주의'를 공식 공표하고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헌법 및 노동당 규약 등의 개정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한다.
초상휘장은 북한에서 모두가 가슴에 반드시 부착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어떤 배지를 달지는 '각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전언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김 총비서의 초상휘장이 어떤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퍼지게 될지도 관심사다.
추후 김 총비서의 '동상'(조형물)도 제작·공개될 수 있다. 북한에는 평양 만수대언덕 등 전국 각지에 김일성·김정일의 동상이 설치돼 있다. 주민들은 새해 첫날이나 주요 기념일에 동상을 찾아 인사 및 헌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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