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왕따' 전락했던 푸틴, 정상외교 재등장…'반미 연대' 드라이브

푸틴, 지난달 집권 5기 시작…중국·벨라루스·우즈벡·북한·베트남 방문
전쟁·국내 정치 이슈 해소…"외교 행보 확장 본격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북한 방문에 앞서 극동 지역 야쿠츠크에 도착한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4.06.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의 질타를 받으며 '국제적 왕따'로 전락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정상 외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집권 5기를 시작한 직후부터 중국과 북한 등을 찾아 외교 무대를 넓히며 '반미 연대'를 과시하는 양상이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교 활동 범위를 우방국인 벨라루스 정도로 제한해 오다 집권 5기를 시작한 지난달 이후 중국과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북한을 차례로 찾았다.

1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베트남으로 건너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도 회담할 예정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년간 외교 활동 범위를 벨라루스와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국으로 제한한 것과 결이 다른 모습으로 러시아의 외교 전략에 변화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외교의 범위를 넓히게 된 데는 나름대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내 정치 이슈가 해소됐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2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다 북한과 이란 등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아 몇 달 사이 공세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가 2026년까지 장기전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 기간 추가 영토 점령을 계획하고 있단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해 러시아 내부에서도 반전 여론이 확산되고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일으킨 쿠데타 등으로 불안정해 보였던 모습과 대조된다. 여기에 24년간 러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푸틴은 올해 재선에서 성공해 최소 2030년까지 정권을 유지하게 됐다.

국내 정치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가 부분적으로 해소된 푸틴은 이제 눈을 돌려 국제 무대에서 반미 연대 강화를 노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푸틴이 권위주의 진영의 대표 주자로서 다국적 세계질서를 구축하고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제 몸풀기를 시작한 것으로도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푸틴 입장에선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본인에게 가장 중요했던 대통령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부터 외교에 더 힘을 더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에 전통적 우방국이었던 국가들과 관계를 다지고 지정학적 존재감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는 "2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 대응을 위한 시스템도 만들어 놨고 국내 정치적 문제는 무난하게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이제 미국과의 외교적 대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과제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이나 벨라루스 같은 국가들과 외교 관계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아프리카 몇몇 나라들을 조금 더 친(親)러시아 쪽으로 돌려놓는다면 푸틴으로선 외교적 승리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5.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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