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수교 75주년인데 뜨뜻미지근한 北中…'약속 대련'이냐 관계 변화냐

'친선의 해' 선언하고도 상반기에 눈에 띄는 교류·협력 행사 없어
최근 이상기류 동향 잦아…이해관계 달라 '거리두기' 가능성도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018년 3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양원재에서 열린 오찬에 참석하며 악수하는 모습.(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2021.5.12/뉴스1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과 중국이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우호친선의 해'를 선언했지만, 상반기까지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이벤트를 개최하지 않았다. 북중관계가 단단히 다져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도리어 미묘한 경색 국면의 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북중이 '우호친선의 해'를 선포한 것은 지난 2009년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우호의 해'를 선언한 지 15년 만이다. 특히 새해 첫날부터 '우호친선의 해' 결정을 선포한 만큼 올해 양측이 연초부터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일부도 지난 2월 "(북중관계가 )북러관계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라고 평가하면서 "올해 '친선의 해'를 선포한 만큼 앞으로 상당한 교류가 예상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중국 권력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4월 11~13일 북한을 공식 친선 방문하면서 대대적 이벤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자오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조중(북중) 친선을 세기와 연대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은 나의 일관한 입장이며 우리 당과 정부의 불변하고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북중관계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두 달째 양국은 눈에 띄는 교류나 협력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도리어 최근엔 외교 무대에서 북중이 서로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거론되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즉각 반발했다. 우방국인 중국이 참여한 회의 결과에 즉각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중국은 최근 지난 2018년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롄에 설치한 양국 정상의 '발자국 동판'을 제거했다고 한다. 정상 간 기념물을 건드렸다는 것은 중국 역시 북한에 노골적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양측의 엇박자 행보는 북중러 밀착을 추진했던 북한과 여기에 호응하지 않았던 중국의 입장이 부딫힌 결과로도 읽힌다.

북한과 러시아는 작년부터 군사부문을 중심으로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북중러 3각 밀착'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북중, 중러 양자관계만 챙기는 모습을 보였는데, 한미일의 밀착에 맞불을 놓고 싶었던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태도가 비협조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 취급을 받는 북한, 러시아와 합을 맞춰 한미일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외교 방식'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대국'으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넓히고 싶은 중국에게는 '과거의 전략'이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지정학적·전략적인 관점에서 중국은 '한미일' 협력의 축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미중관계 개선 기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을 중국이 안정적으로 관리해야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북한 역시 오랜 우방이자 외교 무대에서의 '큰 우산'인 중국과의 관계가 어긋나는 것을 원하거나 이를 전략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과 중국이 일종의 '약속 대련'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한미와의 '대결' 강화기 필요한 북한의 현 기조를 이해하면서도 이를 견제한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내고, 북한도 중국과 약간의 엇박자를 내는 듯하지만 파열음은 내지 않는 암묵적 합의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당장 북한은 이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로 상반기 결산을 예고한 상황이고, 이를 전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예정돼 있다. 또 내부적으로는 핵과 남북관계 관련 새 정책을 헌법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북중 수교 기념일은 오는 10월이기 때문에 양측이 약간의 냉각기 후 '우호친선의 해'를 대대적으로 기념할 시간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관측도 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