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똥와대 삐라'에 '오물풍선'까지…남북 충돌 계기 전단의 역사

2018년 대북전단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빌미' 되기도
북한, 대북 전단 체제 전복 및 최고 존엄 모독으로 여겨 '민감'

북한이 살포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잔해들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29일 오전 대남전단 풍선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경기 용인시 이동읍 송전리에서 발견됐다. (독자 제공) 2024.5.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28일 밤부터 쓰레기나 분변, 대남 전단(삐라)을 풍선에 매달아 살포하고 있다.

남북 간 전단 살포 문제는 남북 갈등이 최고조에 오를 때마다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전단 문제를 계기로 무력 충돌이 발생한 사례가 있을 만큼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남북은 분단 이후 '심리전'의 일환으로 각자 주장하고 싶은 바를 담은 전단을 상대 진영에 날려 보냈다.

전단으로 인한 갈등이 심해지자, 남북은 유엔에 공동으로 가입한 1991년 그해 12월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면서 전단 살포를 제한했다.

이어 2004년 6월 고위군사 회담에서 채택된 합의서에서도 "쌍방은 2004년 6월 15일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 활동을 중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러한 남북 합의에 따라 2000년대 들어서 국가적 차원, 정부 차원의 살포는 중단됐지만 일부 탈북자들에 의한 대북 전달 살포는 지속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대북 전단 살포가 확대됐다. 이에 북한은 '조준사격'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2011년 2월27일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쪽단장은 국방부에 전화통지문을 통해 "심리전 행위가 계속된다면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 행위의 발원지에 대한 우리 군대의 직접 조준 격파 사격이 자위권 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란 것을 정식 통고한다"면서 군사적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함께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던 시기에도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북한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했고, 이는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그해 10월 10일 대북 전단을 담은 기구를 향해 북한이 연천군 중면 삼곶리 방면으로 14.5㎜ 고사포를 발사했고, 국군이 대응 중 기관총 40여 발을 북한 GP를 향해 대응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또 '한반도의 봄'이라 불린 시기인 2018년을 거쳐서도 전단을 계기로 남북 갈등이 발생했다. 지난 2018년 4월27일 '판문점 공동선언'에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일부 탈북자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지속했고, 2020년 6월 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 뒤 결국 그해 6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한의 경우 대북 전단을 체제 전복 및 최고 존엄 모독으로 여겨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경우 대남 전단이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에 따르면 북한이 대남 전단을 보낸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대형 풍선 안 커다란 물체도 있어 차량과 주택 지붕이 파손되기도 했다고 한다.

분단의 역사와 함께 이어진 전단 문제는 앞으로도 남북 간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