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념공연 곁들인 '야간 준공식' 연속 개최…건설 중시하는 '축제 정치'
중앙간부학교·전위거리·림흥거리 준공식 모두 '야간 기념공연' 진행
행사 참가자 다독이고 주민들에게 볼거리 제공…체제 결속 수단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최근 최고지도자의 건설 및 민생 관련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야간 기념행사'를 수단으로 삼고 있다. 군 열병식에 이어 '야간 행사'가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체제 결속의 수단으로 삼는 김정은 총비서의 '축제 정치'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21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을 개최했다. 김 총비서는 직접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고, 기념 연설을 했다. 이어 준공식을 기념하는 공연도 진행됐다.
이날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할 때까지만 해도 해가 뜬 낮이었으나, 기념공연은 해가 진 뒤인 저녁에 진행됐다.
기념공연 무대 부근에서는 다양한 폭죽이 터지고 각양각색의 조명이 설치되는 등 화려한 장면이 연출됐다. 가수들이 춤과 노래를 선보일 때도 화려한 연출은 이어졌다.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이들은 기념공연을 보면서 환호와 박수로 호응했다. 당 중앙 일꾼들뿐만 아니라 각 도·시·군 당 책임비서들, 내각·성·중앙기관 각 도당위원 일꾼들, 당 중앙간부학교 교직원들, 각급 당 간부 양성기관 일꾼들 등 각 지방에서부터 중앙에 있는 여러 일꾼이 공연을 관람했다.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이 개최되기 일주일 전인 지난 14일 평양 북쪽 서포지구에 새로 들어선 '전위거리' 준공식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판박이처럼 비슷하게 연출됐다.
해가 질 무렵 어두워진 저녁에 개최된 준공식은 밤이 될 때까지 이어졌는데, 화려한 80층 건물은 물론 새로 들어선 살림집(주택)들에 각종 조명들이 설치되고 다양한 폭죽이 연신 하늘을 향해 터졌다.
이어진 기념공연에서는 관객들이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일명 '떼창'을 하거나 야광봉을 흔들기도 했다. 전위거리는 지난해부터 청년들이 도맡아 진행한 새 살림집들이 들어선 거리로 거리 이름은 북한이 청년집단을 부를 때 쓰는 말인 '청년전위(前衛)'에서 따온 말로, 이번 전위거리 준공식에도 '외부 문물'에 밝다는 청년세대가 대거 참석한 것이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15일에 개최된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도 마찬가지로 야간 준공식과 기념공연이 열리는 패턴에 들어맞았다. 새 거리인 '림흥거리' 준공식도 늦은 저녁부터 밤까지 진행돼 화려한 불빛들이 하나의 볼거리로 꼽혔다.
북한이 야간 행사를 도입한 것은 군 열병식이 먼저였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때 기념 열병식을 처음으로 야간에 진행했다. 당시 드론과 조명·폭죽·불꽃놀이 등과 함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신형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 등을 공개하면서 시각적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후로도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 2021년 9월 정권 수립기념 73주년, 2022년 4월 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 2023년 2월 인민군창건(건군절) 75주년, 2023년 7월 27일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등에 야간 열병식을 단행했다.
야간 행사가 열병식 외의 행사에 도입된 것은 지난 4월 16일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 때가 처음이다. 올해 진행된 각종 건설사업의 준공식에서는 야간행사에 기념공연까지 더해지면서 '축제'를 연상케 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행사에 참가한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거나 이들에게 포상을 베풀면서 직접 민심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동시에 최고지도자의 '은덕'을 더 상징적으로 부각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러한 행사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대외적으로도 국가 위상을 관리하고 특정한 메시지를 부각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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