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도발 명분 쌓나…하루에만 담화·논평 3개 발표하며 '위협'
김여정 담화·조중통 논평·노동신문 군사논평원 논평 등 발표
"재앙적 후과"·"강력한 실천적 대응" 언사 구사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17일 하루에만 담화와 논평을 3개나 발표하며 추후 군사도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책임을 한미에 돌리고 자신들의 무기 개발 수순을 정당화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통해 담화를 내고 자신들이 최근 공개한 방사포·미사일 등 전술 무기들이 러시아 '수출용'이 아닌 '대남용'이라면서 "적대 세력들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한 음험한 정치적 기도를 노골화하는데 정비례해 우리는 필요한 활동들을 더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 위협했다.
이는 앞으로 무기 개발 등 군사행동을 계속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또 한미의 군사적 위협 행위가 지속될수록, 남한이 대결적 자세를 계속 고취할수록 "저들 정수리 위에 암운과 저주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지게 된다"면서 한미에 대응하는 도발 가능성도 열어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보도한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에서 오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대한 반발과 경계심을 드러냈다.
논평은 "우리 공화국을 정조준하고 우리의 남쪽 국경 가까이에서 벌어지게 될 '핵 타격'훈련이 언제, 어떻게 실전으로 넘어가겠는지 예측할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은 적들의 말이 아니라 적들을 절대적으로 압도하는 자기의 힘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미국이 주구들과 야합해 대규모 합동군사연습과 같은 도발 행위로 우리의 힘과 의지를 시험하려 든다면 그 재앙적인 후과에 대해 먼저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신문은 이날 '군사논평원'의 글을 통해 최근 진행된 한미 공중 연합훈련에 대해 "대양 건너 불청객의 '방문'이 잦을수록 우리의 전쟁 준비 완성에 변혁적인 기여로 되는 사변적 계기들은 더욱 잦아지게 될 것"이라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미한(한미)의 군사적 도발은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실천적 대응에 의해 좌절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담화·논평들은 한미 군사행동이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군사적 도발을 일으키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추후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조중통 논평에서 언급된 '적들을 절대적으로 압도하는 힘', '재앙적인 후과' 등은 오는 8월 연합훈련이 진행될 때쯤 이에 대응하는 군사도발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신문의 군사논평원 글에서 구사된 '전쟁 준비 완성', '강력한 실천전 대응'의 표현은 현재보다 더 강력한 군사적 대응이 있을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가장 최근 도발은 지난달 22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600㎜ 초대형방사포 발사와 지난 10일 240㎜ 조종방사포탄 시험사격이다.
북한은 600㎜ 초대형방사포 발사 때 한미 연합편대군종합훈련(KFT)의 대응격으로 "국가핵무기 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 체계 안에서 운용하는 훈련"을 진행했다면서, 군사도발의 원인을 한미로 지목했다.
북한은 추후 새 무기체계 시험을 앞두고 이에 대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담화와 논평을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정찰위성 3기를 발사해야 하지만 5월 중순인 현재까지 1기도 발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도발로 간주하는 위성 발사를 염두에 둔 포석일 수도 있다.
한편 이날 3개의 담화·논평 발표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나온 내용에 힘을 싣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중-러 두 정상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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