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향도' 삭제 후 사라진 주애…태양절 행사도 다 불참

살림집 준공 행사나 軍 대학 방문·훈련서도 보이지 않아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강화 분위기서 선대·후대 부각하지 않는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달 15일 김정은 총비서가 딸 주애와 함께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한 모습.[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가 지난달 공개행보 이후 한 달 넘게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최근 주애와 관련한 마지막 보도는 지난 3월 15일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했을 때다.

당시 신문은 김 총비서와 주애를 지칭해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고 표현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향도는 길을 안내하는 행위나 사람이라는 뜻으로 북한에선 최고지도자에게만 사용된다. 이보다 앞서 주애는 '사랑하는', '존귀하신', '존경하는', '조선의 샛별여장군' 등으로 언급됐을 뿐 '향도'라는 표현으로는 처음 지칭됐다.

이 보도 이후 주애가 김 총비서의 후계자로 확정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재차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이후 관련 보도에서 '향도'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16일 오후 녹화보도에서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는 표현을 뺐으며, 대외 선전용 월간지 '조선' 4월호도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향도'라는 표현은 지웠다.

북한 매체가 보도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전문가들은 주애의 '후계자설'에 대한 보도가 예상 밖으로 많이 나온 것에 대해 북한 정권이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애는 지난 2022년 11월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서 첫 모습을 드러낸 후 지속해 김 총비서와 군사·정치·경제 행보에 등장하며 그 위상을 과시했는데, 공교롭게도 '향도 언급 논란' 이후 약 45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주애의 '잠행'을 일부러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주애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 기간 동안 김 총비서는 13건의 공개 행보에 나섰다. 김 총비서는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했고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용 엔진 지상분출 시험·시험발사를 현지지도 했으며, 김정일군정대학·김일성군사종합대학 등을 찾기도 했다.

정치·군사·경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직접 두루두루 챙기는 모습을 보인 것인데, 어느 행보에도 주애는 동행하지 않았다.

특히 주애의 잠행이 지속된 사이 후계자로서의 '백두혈통'이 부각될 수 있는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이 있었던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만약 주애가 후계로 유력하다면 북한은 이를 계기로 3대 세습을 넘어서 4대 세습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 총비서는 태양절을 축하하는 각종 행사에 주애를 동행시키지 않았다.

이는 김 총비서가 선대인 김일성·김정일과 후대인 주애가 부각되는 것을 자제하고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강화와 의미 부각에 무게를 실어야 하는 국면임을 보여 주는 동향일 수도 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김정은 주의'라는 김 총비서 고유의 통치이념을 수립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역시 김 총비서 유일영도체계가 강화되는 흐름 중 하나로 분석된다.

올해 태양절에 '태양'이라는 표현 사용을 자제하고 아예 태양절 이름을 바꾼 것으로 분석되는 것도 이런 맥락의 일환으로 보인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