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일성 생일 행사서 '김일성' 뺀 북한…선대 지우고 '세련미' 도모
10년간 진행한 '태양절요리축전', 올해 '전국요리축전'으로 이름 변경
'탈 김일성화' 의도에…'인민 수요' 반영한 '현대화' 시도 가능성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매해 4월마다 개최해 온 '태양절요리축전'의 이름을 '전국요리축전'으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대인 김일성 주석을 상징하는 '태양'이라는 단어를 뺀 것이다.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저녁 8시 보도에서 '제27차 전국요리축전'이 지난 2일부터 평양면옥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축전의 주제는 '식생활 향상과 음식문화 발전'이라고 한다.
TV는 "명요리와 지방특산음식 전시회, 요리 과학기술 전시회, 밀가루 및 감자 음식 전시회를 기본으로 하면서 요리사·접대원들의 기술 경연과 대학생·가정주부의 요리 경연이 진행됐다"라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축전이 지난해까지 '태양절요리축전'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는 것이다.
이 대회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본격 집권한 해인 2012년에는 '제17차 4월의 명절 요리축전'으로 개최됐으며, 이듬해인 2013년에 '제18차 태양절요리축전'으로 진행되며 이름이 변경된 것이 확인됐다. 이 대회는 코로나19 사태 때를 제외하고 지난해 제26차 축전까지 진행됐다.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인 2013년에 축전 명칭이 '4월의 명절'에서 '태양'이 포함된 이름으로 바뀐 이유는 선대인 김일성 주석을 부각해 '백두혈통'을 잇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정치적 효과를 누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김 주석을 '태양'으로 상징화해 그의 생일(태양절)이 있는 4월에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12년 만에 '태양'을 삭제한 이유는 먼저 김 총비서가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통치이념을 세우고 있는 동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아직 공식화하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주의'라는 고유의 통치이념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시에 '인민의 수요'를 반영한 현대화 흐름에 발맞춘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행사가 '인민의 식생활 개선'을 위한 것인 만큼, 정치색을 지우고 오로지 주민들을 위한 행사로서 개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2021년 식생활 구조를 쌀과 밀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를 두고 '높아진 주민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 각종 공산품과 가공식품 등의 포장과 맛을 개선하는 작업도 최근 수년 사이 강조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제26차 태양절요리축전'을 보도할 당시 참가자들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앞에 두고 개막식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러나 올해 '제27차 전국요리축전' 보도에는 이러한 장면이 표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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