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北노동자 폭동은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일 수도"
통일연구원 온라인시리즈…"당국, 주민 통제력 상실"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을 못 견뎌 지난달 대규모 폭동을 일으킨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주민 통제력 상실'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탁민지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 연구원은 '중국 지린성 북한 해외노동자 집단 파업 사태의 함의: 해외 파견 노예노동의 위기' 제목의 온라인시리즈에서 "지린성 집단 파업은 기존 북한 사회에서 이뤄지던 주민의 일탈과 저항, 그에 다른 북한 당국의 수습 형태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특이점이 있다"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중국 지린성에 파견된 북한 해외노동자들은 지난달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공장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는 2000여명에 이르고, 인질로 잡혀있던 관리인 1명이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북한 당국은 폭동을 주도한 200여 명을 추려내 그중 절반을 송환하고 밀린 임금 지급을 약속했다.
탁 연구원은 기존 북한 노동자들의 반발과 일탈이 관리자에게 뇌물을 바치거나 회사 밖의 부업을 직접 찾는 등 개별적인 형태로 진행돼 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천명 단위의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고 차이를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억압된 북한 사회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방식"이라며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 노동자들이 북한 당국에 직접 책임을 요구한 대목도 주목했다. 그는 "당국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 데 대해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시정을 요구했다"면서 이는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라는 개념을 정립해 이에 대한 불만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집단 파업이 가능했던 요인으로는 이들이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숙련 노동자'들이라는 점과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북한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는 '외교적 고려'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이번 파업이 '특이 사례'에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력 상실이라는 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사례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라고 탁 연구원은 지적했다.
특히 북한 해외 노동자가 물리적 거리로 인해 정권의 통제가 가장 늦게, 가장 약화된 형태로 도달하는 곳에 있고, 북한 당국의 통제에도 정보의 확산이 빨라지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해외노동자 사회는 북한 정권의 통제력 약화가 수면에 드러나게 되는 최전선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외노동자를 통한 외화벌이 이익을 포기하지 못하는 북한당국의 '간절함'이 지린성 사태와 유사하게 해외노동자에게 칼자루를 쥐줄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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