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고이즈미 北日정상회담 20년 만에 김정은·기시다 만날까

김여정 "日수상 평양 방문" 언급…'백두혈통' 나서 무게 실어
납북자 문제 관건…2002·2004년 회담엔 불완전 해결로 역효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20년 만에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5일 담화를 통해 "(북한, 일본)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일본)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9일 '북일 현상 변경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김 부부장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일 뿐 나는 공식적으로 조일(북일) 관계를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최고지도자인 김 총비서나 외교를 담당하는 외무성이 아닌 김 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면서 북한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생길 수도 있는 부담은 덜어내면서도 향후 일본 등 주변 국가의 반응을 살피며 후속 행보를 이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담화 주체의 '급'을 끌어올리며 대화 내용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5월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을 당시엔 박상길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발표했는데, 이번엔 김 총비서의 동생인 '백두혈통' 김 부부장이 나섰다.

한국이 북한의 전통적 '형제국' 쿠바와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북한의 대외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한·미·일 3국 협력 관계를 흔들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대외에 천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실무접촉을 하고 지난달 일본 이시카와현 지진 발생 당시 김 총비서가 이례적으로 '각하' 존칭을 사용해 기시다 총리에게 위로전문을 보내는 등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김 부부장이 기존에 내걸었던 대화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은 북일 정상회담 개최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일본이 납치 문제를 '장애물'로 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에도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며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자국 내 최대 현안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해 지지율 상승을 꾀해야 하는 만큼 북일 정상회담에서 이 사안이 제외될 경우 정상회담을 추진할 동력이 떨어진다.

일본은 이미 납치자 문제의 불완전한 해결에 따른 역효과도 경험했다. 2002년 9월 김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국교정상화 등 내용이 담긴 북일 평양선언을 발표했고 납북 일본인 5명의 귀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납북 일본인 귀국은 오히려 일본 내 반북 감정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평양선언 이행을 위해 2004년 5월 북한을 두번째 방문했지만 북한이 보낸 납북 일본인 소녀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양국 관계는 오히려 나빠지기도 했다. 이후 평양선언 이행을 위한 노력도 중단됐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