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쿠바 수교' 다음날 日에 손짓…北 김여정 "기시다 평양 올 수도"
기시다 발언 엿새 만에 반응…한국-쿠바 수교에 '외교적 타격'
추후 북일 관계 관련 '지도부 공식 의견' 나올 가능성도 있어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형제국으로 여기던 쿠바가 한국과 전격적으로 수교에 나서자 '북일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북일 관계 개선을 시사해 주목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담화에서 최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발언과 관련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일(북일) 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이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수상(기시다 총리)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기시다 총리가 지난 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 "구체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라며 "작금의 북일 관계 현상에 비춰 봐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지난해 7월 불거진 북일 접촉설을 시작으로, 올해 1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기시다 총리에게 일본 이시카와현 지진 관련 위로문을 보내는 등 최근 북일 관계 개선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는 한미일 3국의 협력 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3국 간 균열을 일으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북한이 기시다 총리 발언 후 엿새 만에 뒤늦은 반응을 낸 배경에는 한국-쿠바 수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들의 대외 전략에 일부 차질을 빚었다고 판단,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등 다른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가 집권 후 쿠바와 관계 다지기에 공을 들이기도 했고, '반미·반제' 연대에서 든든한 지지자였던 쿠바가 한국과 수교에 나선 것은 사실상 북한에 외교적 타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북한 매체들은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16일)을 앞두고 북한 주재 외교단의 축하 소식을 전하면서 쿠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 또한 한국-쿠바 수교 소식이 알려진 것에 대한 일종의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가 '개인적인 견해'일 뿐 "현재까지 우리 국가지도부는 조일 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구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접촉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대외총괄' 역할을 맡아 온 만큼, 그의 언사가 국가 지도부의 뜻과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
결국 앞으로 북일 관계 관련 북한 '지도부의 공식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2~3월 일본에서 열릴 축구 '북일전'(2024년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경기·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경기) 등을 계기로 북일 인사들의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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