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혼자→주애와 '투샷'…1년 새 세번 바뀐 北 선전가요 영상

'어머니당에 드리는 노래' 영상 편집 또 편집…주애 존재감 점차 부각
다른 가요 영상에도 주애 추가…자연스런 등장으로 주민들에 각인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선전 가요 '어머니당에 드리는 노래' 영상. 같은 구간에서 김 총비서의 딸 주애가 점차 부각되는 방식으로 편집돼 왔다. 맨위는 지난해 7월14일, 가운데는 9월20일, 마지막은 올해 1월9일 방영된 영상. (조선중앙TV 갈무리)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지난해 체제선전용 가요의 영상을 편집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의 존재를 점차 부각시켜온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조선중앙TV가 지난해 방영한 선전가요 '어머니당에 드리는 노래'의 음악 영상(화면음악)을 분석해 보면 지난해 최소 3차례 이상 편집을 거친 것으로 확인된다.

북한은 지난해 2월8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열병식을 개최한 이후 중절모를 쓴 김 총비서가 주석단에 서서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을 기존에 방영됐던 이 노래의 영상에 수초간 추가했다.

이 장면은 다시 몇 달 뒤 김 총비서가 건군절 열병식에서 손을 흔들며 주석단을 걷는 장면과 그 뒤를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가 따라 걷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주애의 모습이 영상에 새로 추가된 것인데, 이때만 해도 주애의 존재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주인공이라기보다 다른 간부들처럼 김 총비서의 뒤를 따르는 배경에 더 가깝다.

그러나 최근 영상은 또 달라졌다. 주석단에 선 김 총비서가 혼자 손을 흔드는 장면에 이어 주애와 나란히 서서 귓속말을 주고받는 듯한 장면으로 바뀌었다. 다정한 부녀의 '투 샷'이 추가된 것이다.

3가지 버전의 영상을 놓고 보면 주애의 존재를 점차 부각하는 방향으로 편집됐다는 것이 더욱 선명해진다.

북한은 김 총비서의 주요 공개활동 이후 관련 장면을 선전가요 영상에 추가하는 식으로 종종 편집을 해왔지만 이처럼 같은 이벤트의 장면을, 노래의 같은 구간에서 시간을 두고 재차 편집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건군절 열병식은 주애가 처음으로 대규모 주민들 앞에 등장한 행사다. 그러나 당시는 주애의 존재가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지 3개월여 지난 시점이기도 하다. 이에 북한이 굳이 최고지도자의 자녀의 모습을 부각하지 않으려 했을 수 있어 보인다.

특히 '어머니당에 드리는 노래' 영상은 조선중앙TV가 매일 아침 정규 방송을 시작한 직후 방영하는 대표적인 선전가요 중 하나여서 주민들의 거부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후 주애의 공개 행보가 잦아지면서 재차 편집을 통해 뒤늦게라도 그의 모습을 추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하게 영상이 수정된 시점은 확인되지 않지만 지난해 7월과 9월쯤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애가 영상에 포함된 선전가요는 또 있다. 가요 '사랑의 빛발'의 영상을 보면 지난 2021년 9월9일 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지난해 7월쯤부터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김 총비서와 리설주 여사, 주애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아직 주애가 등장하는 북한 선전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변화로 미뤄 북한은 앞으로 더 많은 선전물에 주애를 자연스레 등장시키고 그의 존재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