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 후 사망' 웜비어 부모, 美은행이 동결한 북한 자금 220만달러 회수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은행에 동결돼 있던 북한 자금 220만달러(29억원)를 넘겨받게 됐다. 북한 정권으로부터 받아야 할 손해배상액 5억달러(6521억원) 중 일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5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은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멜론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 220만3258달러의 소유권을 넘겨받게 해달라는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씨의 요구를 최종 승인했다. 재판부는 뉴욕멜론 은행에 판결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이 자금을 웜비어씨 부부에게 넘기도록 했다.

이 자금의 원소유주는 러시아 극동은행이다. 웜비어씨 부부는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의 대리·대행 기관이라며 이 자금의 소유권을 주장했는데 이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극동은행은 지난해 5월 고려항공을 재정적·물질적·기술적으로 지원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에 의해 제재를 받았다. 이후 뉴욕멜론 은행은 극동은행 소유의 자금을 동결했다.

이번 판결로 웜비어씨 부부는 지난 2019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의 첫 수혜자가 됐다는 게 VOA 설명이다.

이 법은 미국 재무부가 불법 대북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은행과 기관에 제재를 부과하는 것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과 기업에 '고의로, 상당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기간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금융제재)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금뿐 아니라 제3자 대북 금융제재 대상 자금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면서 웜비어씨 부부가 극동은행 자금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오토 웜비어는 2015년 12월 북한을 여행하다 '체제 전복 시도'를 했다며 북한 당국에 억류된 뒤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미국에 돌아왔지만 엿새 만에 숨졌다.

웜비어씨 부부는 2018년 아들 죽음의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5억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았다. 이들 부부는 손해배상액을 회수하기 위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북한 자산을 추적해왔다.

부부는 지난 2019년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뒤 미국 정부에 몰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매각 대금 일부를 받았다. 지난 1월엔 뉴욕 금융기관이 동결한 북한 조선광선은행 자금 24만366달러를 찾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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