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 중에 한 명 뽑아라"…'경쟁'으로 바뀐 북한의 새 선거 풍경
복수 후보 두고 표결·후보자는 유권자 만나 민심 살펴야 할 필요성 제기
개정 선거법, 26일 지방 대의원선거 첫 적용…선전전 활발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요즘 선거로 들떠 있다. 오는 26일 치러지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서 '경쟁'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뽑기로 하면서다. 이제 후보자들은 당의 '선택' 뿐 아니라 주민들을 만나 '지지'도 얻어야 한다.
북한은 지난 8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으로 대의원선거법을 개정했다. 이번 '도(직할시)·시(구역)·군 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서 바뀐 선거법이 처음 적용된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개정된 선거법을 주민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학습을 위한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매체를 통해 그 과정을 일일이 전하면서 의미를 짚어주는 등 분위기도 띄우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쟁' 요소를 도입한 것이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선거에 앞서 대의원 후보 2명이 추천되고,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이 중 최종 후보자를 가리게 된다.
일종의 예비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뽑는다는 것인데,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선거 과정에서 경쟁을 통하고, 주민들이 후보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선거에서는 사실상 당이 내정한 단일 후보자에 대해 찬반 투표만 진행했다. 찬반 투표도 찬성할 경우 그대로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지만, 반대할 경우 별도 표시를 해야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선거는 비밀 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은 이번 선거법 개정에 대해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 차원으로 선전하고 있다. 인민 중심의 국가 운영을 뜻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는 김정은 총비서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 정치 이념이다.
신문은 지난 8일 "이번 선거가 인민 자신이 인민의 주권을 억세게 떠받드는 우리 국가의 인민적 성격을 더욱 굳건히 하는 데서 중요한 계기로 된다"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민심을 반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선거법 개정은 또 하나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인 셈이다.
이번 개정된 선거법에는 또 최종 후보자로 등록한 후보자들이 1~2일간 해당 선거구에 직접 나가 유권자들에게 자기소개도 하고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도 새로 포함됐다. 이 역시 선거법 개정의 방점이 '민심 다지기'에 찍혀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의원 후보자의 자격을 심의하기 위한 선거자회의도 진행된다. 회의에는 선거구 안의 기관, 기업소, 단체 일꾼들, 근로자들이 참가해 후보자들의 경력과 공로 내용, 자격기준, 선거자들의 의견을 놓고 평가를 한다.
다만 북한의 선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로운 선거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통일부도 "실질적인 주민의 선거권 보장과는 거리가 있다"라고 아직은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투표함을 1개에서 2개로 바꿨지만 여전히 투표 과정을 주변에서 지켜본다는 점에서 '비밀 투표'는 불가능하다. 또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한 곳이 몇 개의 선거구인지, 그 후보자는 어떻게 추천되는지도 알 수가 없다.
통일부는 "(선거제도 관련) 국제사회의 비판과 경제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심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조치로서 제도를 변경한 것"이라고 의도를 분석했다. 또 선거과정에서 주민등록을 재조사한다거나 주민의 이동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내부 통제 강화 측면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 작은 변화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는 모르는 일이다. 특히 북한은 내년 3월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른 후에도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될지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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