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대거 송환받은 북한, '개과천선한 범법자' 사례 조명한 이유는?
"진정한 깨달음에는 때늦음이란 없다"…'과오'에 처벌보다 '갱생'
탈북자 고강도 처벌시 국제사회 비난 염두에 둔 듯…대응 수위 주목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구금돼 있던 탈북자를 대거 송환 받은 북한이 '잘못된 행동'으로 처벌을 받았으나 '개과천선'해 잘 살고 있는 주민들을 조명해 주목된다.
송환된 탈북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하기보단 그들에게 '갱생'의 여지를 주면서 향후 동향을 살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사회주의 근로자로 떳떳이 살자' 특집 기사를 통해면서 국가 법과 규범을 어겨 법적 제재를 받거나 '조직생활'을 멀리했다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는 이들을 조명했다.
신문은 "누구나 인생길을 걷느라면 저도 모르게 잘못을 범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와 집단과 동떨어진 자신을 제때에 발견한다면,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진정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면 누구나 시대의 전열에 당당히 나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회령시 성천동 초급여맹위원회 위원장 리옥희 동무가 자신과 가정만의 안락을 위해 동분서주하다 어느날 '붉은기를 휘날리며' 일을 하러 가는 사람들을 만나 수치감을 느끼고 다시 새출발을 시작한 사례, 천마광상 조악갱소대장 김미록 동무가 조직생활을 게을리하다 법적 제재를 받고 추후 아내와 자식에게 떳떳하게 살기 위해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사례 등을 나열했다.
구체적인 소속과 실명까지 밝히면서 그들의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드러낸 것은 이들의 사례가 '실제 사례'임을 부각해 주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신문은 "진심으로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인생의 새 출발을 한 사람, 남보다 뒤늦게야 바른 길에 들어선 사람도 자기의 결심을 실행하기 위해 완강히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시대의 선구자로 떳떳한 삶을 누릴 수 있다"라면서 "불미스러운 인생 길에 대한 가슴 아픈 후회로 속을 썩일 것이 아니라 내일을 바라보며 신심을 안고 분발해 나설 때 시대의 뒷자리에 밀려났던 사람도 대오의 기수로, 애국자로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도는 최근 중국이 중국 동북 3성 지역에 구금하던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대규모로 송환한 사실이 알려진 후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북한으로 송한된 사람들에 대한 각종 처벌이 단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과오'를 저질렀으나 이를 뉘우치고 다시 국가를 위한 '충심'을 다지는 이들의 사례를 조명한 것은, 우선 송환된 탈북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기보다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내부적으로도 결속의 동력을 찾고, 또 북한인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실제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이후 탈북자 방지를 위한 국경 단속을 강화하면서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자들을 '용서'하거나 관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과거에는 재입북자들의 사례를 아예 공개하지 않았던 북한이 이들을 매체에 등장시켜 남한체제에 대한 비난과 자신들의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지난 2013년엔 라오스에서 북송된 청소년 9명이 조선중앙TV에 등장해 체제 선전용 기자회견을 했고, 지난 2017년에도 탈북 방송인으로 활동하다 북한으로 돌아간 A씨가 북한 매체에 등장해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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