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혼난 김덕훈, 처벌 면했나…선전매체서 '질책'은 쏙 빠져
최근 김정은의 다양한 현지지도 요약한 '통일화보'에 김덕훈 질책 내용 빠져
'당적 검토' 대상 됐지만 활발한 활동 선보이는 김덕훈…재신임 가능성
- 이설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최근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북한의 김덕훈 내각총리가 활발한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재신임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 총비서의 지난 7~8월 현지지도를 정리한 대외용 격월지 '통일화보'에 김 총비서가 지난달 안석간석지 제방 붕괴 현장에서 김덕훈 내각총리를 크게 질책했던 내용이 빠진 것이 확인됐다.
12일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통일화보 2023년 4호에는 김 총비서의 안석간석지 제방 붕괴 현장 현지지도가 아주 짧게 편집돼 보도됐다.
매체는 김 총비서가 "피해가 발생하게 된 동기와 원인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 분석하고 일꾼들의 매우 무책임한 직무태만 행위를 심각히 지적하시었다"라고 전했다.
또 김 총비서가 모든 부문, 단위들에게 예방 차원의 실속 있는 대책을 주문하고, 각급 단위의 모든 일꾼(간부)들과 근로자들이 주인다운 태도를 자각하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이 내용을 최초로 보도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2일 보도에서 김 총비서가 경제사령부로 통하는 내각과 그 책임자인 김덕훈 총리를 겨냥해 '틀려먹은 것들' 등의 거친 비판을 쏟아내고 김 총리에 대한 고강도 검열인 '당적 검토'를 지시했다고 질책의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러한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는 곧 지목 대상에 대한 '고강도 총화'와 처벌이 단행될 것을 예고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하지만 김 총리는 최고지도자의 질책 이후에도 꾸준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북한 매체에서도 김 총리를 질책한 내용을 편집한 보도를 내놓으면서 김 총비서가 그를 재신임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달 30일 은률광산 서해리분광산 준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이달 6일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 정권수립기념일(9·9절) 전후로 8~10일 열린 열병식 등 각종 행사에서도 참석자로 호명됐다. 아울러 김 총리는 9·9절 중앙보고대회에서는 보고자로, 경축연회에서는 연설자로 나서는 등 북한의 큰 정치적 기념일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총비서가 중국·러시아와의 경제협력사업과 북한 내부 경제부문의 '당면한 과업' 해결을 위해 당장은 김 총리를 처벌하지 않고 한 번 더 기회를 줬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 총리는 9·9절을 계기로 방북한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따로 면담을 하기도 했다.
다만 김 총리와 내각에 대한 김 총비서의 질책 사실이 주민들도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보도됐던 만큼, 김 총리는 처벌을 면하더라도 내각 전반에 대한 검열과 문책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달 26일 내각에 대한 인선 문제를 다루는 최고인민회의를 열기로 했는데, 이를 계기로 김 총리와 내각에 대한 검열 결과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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