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고강도 질책' 받았던 北 김덕훈… 재신임되나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 수행… "최고인민회의까진 지켜봐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6일 열린 잠수함 진수식에 참석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이날 진수식엔 지난달 김 총비서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김덕훈 내각총리(왼쪽 첫번째)도 참석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최근 수해와 관련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로부터 고강도 질책을 받은 뒤 처음으로 김 총비서를 수행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 총비서의 지난 6일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 참석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 총리도 동행한 사실을 전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21일 대규모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발생한 평안남도 간석지 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침수 책임을 김 총리 등 내각에 물었다.

당시 김 총비서는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 있다"며 "나라의 경제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고 인민생활을 책임진 안주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총비서는 "무맥한 사업태도" "비뚤어진 관점" 등 표현을 써가며 김 총리를 질타했으며, 이 같은 내용은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인 노동신문에 고스란히 실렸다. 김 총비서는 김 총리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고강도 총화에 나설 것을 지시하기까지 했다.

노동신문에 이처럼 김 총비서의 거친 언사가 게재된 건 매우 드문 일이란 점에서 김 총리의 숙청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총비서의 질책 보름여 만에 김 총리가 다시 공식 석상에 등장함에 따라 경질보다는 재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김 총리는 김 총비서의 질책 이후에도 지난달 25일 내각총리 명의로 태국 총리에게 축전을 냈고, 같은 달 30일엔 은률광산 서해리분광산 준공식에 참석했다.

다만 최근 북한이 '법에 따른 통치' 기조를 강화해가고 있단 점을 감안할 때 오는 26일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총리의 향후 거취가 결정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번 최고민인회의에선 조직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어서 김 총리와 내각에 대한 검열 결과 또한 이를 계기로 공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우리나라의 국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내각 주요 인선도 이 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예전엔 김 총비서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으면 해당 인사가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거나 '실종'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엔 북한이 '법과 절차'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김 총리의 재신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최고인민회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앞서 북한의 가중된 경제난과 경제 중시 기조 속에서 김 총비서 대신 경제 시찰에 나서며 한때 '2인자'에 가깝다는 평까지 받았다. 2020년 8월 내각총리에 임명된 그는 북한 권력의 핵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겸하며 김 총비서로부터 꾸준히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이날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 속 김 총리는 진수식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여 '내각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 검열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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