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들 "미군 자진월북, 북한에 호재…단기 해결은 어려워"
"대내 선전이나 대북 지원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 인사들은 주한미군 사병의 자진월북 사건이 북한 측에 호재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일 보도했다.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 출신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RFA와 통화에서 "북한이 (미군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우상화를 위한 대내 선전에 활용하고 미국의 대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고 전 부원장은 "북한이 당분간은 (미군을) 잘 왔다고 하면서 대우를 잘 해줄 것"이라면서 "(북한 내) 좋은 곳에 보내주는 등의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러다 보면 미군 송환을 위한 작업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면서 "(북한이) 미 병사를 하루 빨리 보내겠다는 기조는 보이지 않을 것이며, 상황을 보면서 미군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작업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도 북한이 이번 사건을 대미 정책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사건만으로 북미 간 '핵 문제'를 풀기엔 역부족으로 봤다.
류 전 대사대리는 "본론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북한의 미사일·핵실험 등을 중단해야 회담이 진전된다"면서 "이번 사건은 (북미를 다시) 만나게 하는 매개체로는 작용할 수 있어도 거대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미군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상 중일 것"이라며 "중국 및 러시아와의 무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차원(제재 완화 등)에서 대미 협상 창구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봤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월북한 미군이 "장기적으로는 북한에게 골칫덩어리"라고 평가했다. 미군을 위한 경호 및 감시팀·통역관·전용 차량·숙소 등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태 의원은 설명했다.
태 의원은 또 "북한은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열리고 미 전략핵잠수함(SSBN)이 방한한 날에 미군의 체면을 구길 수 있는 호재를 만났다고 기뻐할 것"이라며 "북한이 북중 국경을 통해 밀입북한 미국인을 돌려보낸 예가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군인이 적군에 자진 투항한 사건이라 돌려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다 미국으로 귀환을 앞두고 있던 트래비스 킹 이등병은 지난 19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중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무단으로 월북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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