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진월북' 미군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까…억류 길어질 수도

'대화무드'였던 2018년엔 미국인·한국인 2주~한 달 만에 송환
'핵전쟁 가능성' 언급한 北, 장기 억류하며 미국과 기싸움 가능성

경기 파주시 판문점.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판문점에서 자진월북한 주한미군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19일 오전 현재 특별한 입장이나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응 기조에 따라 주한미군 억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군사령부에 따르면 전날인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국인 1명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 미국 국방부와 언론 등에 따르면 그는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던 트래비스 킹 이등병으로,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북한은 일단 킹 이병의 월북 경위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를 완화했지만, 일단 킹 이병의 격리 조치를 먼저 취해 그의 건강상태를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 체류 시 저지른 범죄로 예상되는 본국에서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킹 이병의 정치적 활용도는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과거 북한 입국 후 '공화국에 대한 범죄 혐의'가 있던 이들은 강제 억류한 뒤 이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개인 신상을 이유로 자진입북했던 이들은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지 않고 송환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4월 미국 영주권자인 미국 뉴욕대 유학생 주모씨는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 입북했다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 그는 '북한을 알고 싶다'는 이유로 입북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5개월여 만인 같은해 10월 별도의 사법처리 없이 판문점을 통해 남측에 송환됐다.

2018년 9월엔 미국인인 브루스 로렌스가 중국을 통해 무단으로 입북했지만 북한은 '불법 입국'을 이유로 그를 약 한 달 만에 추방 형식으로 석방했다. 같은해 7월22일 자진입북했던 한국인 서모씨도 같은 이유로 16일 만인 8월7일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냈다.

하지만 2018년은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가지며 한국·미국의 비핵화 협상에 적극 임했던 때인 만큼 현재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에 앞서 2018년 5월 북미 대화가 무르익을 때 북한이 '범죄 혐의'로 억류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김상덕·김학송씨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의 방북 때 석방시켰던 것을 감안하면 '자진월북'과 북한 입국 후 '강제 억류' 사안에 대한 북한의 기조가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미 공군 정찰기,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기항 등에 대응해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N) '화성-18형', 19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연달아 발사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7일 담화에서 현 상황을 '핵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있는 상황으로 규정하며 미국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표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킹 이병의 입북을 미국과의 대화 계기로 삼기보다는 그를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미국과의 '기싸움'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 때문에 킹 이병의 북한 억류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미국이 킹 이병의 귀환을 위해 북한과 접촉해 대화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킹 이병을) 단기적으로 선전에 활용하고, 중기적으로는 (미국과) 협상용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현재 북미 간 대립 상황으로 볼 때 의미 있는 접촉과 성과 도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