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한민국' 호칭 사용은 한미 연합 균열 의도"

전략연 보고서…"'南은 제3자' 의미 부각하거나 남북관계 단절 강조"
"'투 코리아' 대남전략 변화 공식화 판단은 일러…대내 결속 강화 일환"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출처=조선중앙TV 갈무리) 2022.8.11/뉴스1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연이은 담화에서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은 한미 연합에 균열을 주려는 목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7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제노 책임연구위원과 이상근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한민국 국호 사용 의미와 대남 전략의 지속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대남전략이 '국가 대 국가' 차원으로 변화됐다고 확정하기는 아직 이른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김 부부장 담화에서 대한민국에 쓰워진 겹화살괄호(≪≫)는 우리의 따옴표에 해당한다"면서 "이에 비추어 보면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각종 국제경기대회나 남북회담의 합의문서, 제3자의 발언이나 외국 언론기사를 인용하는 경우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인용부호를 붙여서 명기한 바가 없지 않다면서 "북한은 남한의 국제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나 타국인들의 발언을 인용하는 경우에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이미 사용한 바가 있다"라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어엿한 독립국가라는 ≪대한민국≫'을 언급하며 남한이 왜 미국의 정찰활동을 앞장서서 옹호하는지, 왜 미국을 대신해서 북한의 대미 경고를 비판하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면서 "이렇게 볼 때 북한은 이번 담화들을 통해 남한이 국제법적으로 분쟁 당사자가 아닌 제3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대한민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또 "김여정의 담화에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북한이 '투 코리아' 노선을 공식화하거나 본격화하는 신호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앞서 김 부부장 담화에 쓰인 '대한민국' 칭호를 두고 남북관계를 외교와 별도로 운용하는 남한과 달리, 더 이상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두 개의 조선(투 코리아) 전략이 공식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가 남한과의 '단절'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면서, 이는 김정은 당 총비서 집권 이후 북한이 독자적인 '국가성'을 강화하려 하는 것과 관련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주창하고 국가, 국기, 국화, 국조 등 국가상징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아울러 "불리한 대내외 정세로 인하여 남북관계에 역량을 쏟을 수 없는 형편이라는 점 역시 북한이 남한과의 단절을 강조하는 이유일 것"이라며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북한은 내부 상황을 수습하는 데 집중하는 한편 대외적 대결구도를 강조함으로써 대내적 결속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미군 정찰기 활동 등에 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 김여정 부부장 등이 나서서 대응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북한이 여전히 남북관계를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면서 이번 일련의 동행이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간주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 대남전략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또 추후 북한이 '투 코리아' 정책을 공식화될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는 남한을 "민족적 차원에서 개입해야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북한 주도의 통일이라는 대남전략의 기본 목표 역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