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듯 쐈지만 메시지는 조절…'트럼프' 직접 언급 피한 김정은

북한, 신형 극초음속 IRBM 성공 주장…김정은 "태평양 적수 견제"
美 직접 거론 피하며 수위 조절…강경 기조 유지하며 기선 제압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은 1월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이를) 화상감시체계로 참관하시었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도 미국을 자극하는 직접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신의 폭을 확보하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전날인 6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미사일의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부)가 음속의 12배에 달하는 속도로 1차 정점고도 99.8㎞, 2차 정점고도 42.5㎞를 찍으며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1500㎞를 비행해 목표 수역에 탄착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수 차례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IRBM과 같은 계열의 미사일로, 성능 개량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1월과 4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는데, 이날 공개한 미사일 사진을 보면 4월에 발사한 '화성포-16나'와 외관과 도색이 유사하다.

지난해 4월 보도와 비교하면 이번엔 비행거리가 늘어났으며 1차와 2차 정점고도간 낙차폭이 커지고 2차 정점고도가 낮아졌다. 이는 미사일의 저고도 비행 능력과 요격 회피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현장에 나가진 않고 딸 주애와 함께 화상감시체계로 이번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시험발사를 '특대사변'이라고 치켜세우며 "우리의 최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체계의 성능은 세계적 판도에서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무기체계를 보유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될 것"이라는 등 기술력을 자평했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2021년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과업 중 하나로 이번에 사실상 개발 완료를 선언한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김 총비서는 이날 "극초음속 미사일체계는 국가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평양 지역의 임의의 적수들을 믿음직하게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괌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사거리 3000∼5500㎞인 IRBM을 발사하면서도 1100㎞ 거리에 떨어뜨린 것, 방향을 괌이나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태평양이 아닌 동해상으로 설정했다는 점 역시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때 역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으로 '괌 포위사격' 작전을 세웠다면서 미국을 위협했고, 2022년 10월엔 IRBM을 일본 상공 너머로 4500km가량 비행하도록 발사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고강도 도발을 했다.

북한의 수위 조절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대로 기본적으로는 대미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아직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언론의 '해석' 외에 선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만큼 새 미국 행정부의 공식적인 스탠스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소위 '게임 체인저'를 보유한 국가로 핵무기 고도화 수준의 측면에서 트럼프 1기 때와는 다른 전략적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부각했다"면서 미국을 향해 "대화를 위해선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위협감소를 위한 핵군비통제, 관계 개선 등의 달라진 협상 구도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