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군 우크라 전장투입' 공식화…무기 지원 논의 재점화
국정원 "러시아 파병 북한군 이미 전투 참여 중"
무기 지원 검토는 불가피…'종전 추진' 트럼프 의중이 변수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부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투 투입을 공식 인정하면서 무기 지원 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변수는 '우크라전 조기 종식'을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전날인 13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지난 2주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하여 전장에 배치를 완료했고, 이미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국무부 역시 "1만 명 이상의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 동부로 파견됐고, 그들 대부분이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작전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미 양국 모두 북한군의 '실전 투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간 우리 정부가 '북한군의 전장 투입'을 무기 지원 결정의 '분수령'으로 삼아온 것을 고려하면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북한군 활동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라고 말했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역시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방침이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결정되기 전에 확정된 것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과도하다는 생각을 가진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이 될 경우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그는 지난 6일 당선이 확정된 뒤에도 "나는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고민은 미국의 현재 행정부의 기조에 맞춘 방침을 고수하느냐, 차기 행정부의 의중을 살펴 정부의 방침에 변화를 주느냐다. 만약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섣부르게 무기를 지원했다가 미국 차기 행정부의 개입으로 전쟁이 조기 종식되는 흐름으로 간다면 한미 간 엇박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장기화된 전쟁을 트럼프 당선인이 빨리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의 발언이 '선거용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지난 12일 "트럼프 측은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조기종식을 이야기했으나 전쟁이 한 나라의 결정으로 끝내지는 게 아니고 미국 행정부 간 정권 이양 차원에서의 정책 조율도 있다"면서 "선거 유세 기간 동안 나왔던 목소리와 구체화된 정책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우선주의' 아래 종전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어 전쟁의 조기 종식의 현실화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의 무기 지원 논의가 미국의 새 행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쟁 협상의 초기 국면에서 난항을 겪을 수는 있지만 트럼프의 의지 자체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선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대러시아 정책 기조를 충분히 파악하고 우리가 무기 지원 논의를 전개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미 한국에 수차례 무기 지원을 요청한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 내에서 종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조차도 지원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승종 대전대학교 특임교수 역시 "무기 지원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꺼내기 앞서 지금은 판세를 읽어야 때"라면서 "트럼프 2기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군의 역할과 행보를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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