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인선 본격화…외교·대북정책 지휘자에 촉각

외교정책, '동맹' 중시하면서도 '비용'은 확실하게 청구할 것으로 예상
'한미 SMA' 재협상 추진 가능성…대북 접촉 여부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로이터=뉴스1 ⓒ News1 구경진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철저한 충성파'를 중심으로 차기 행정부 인선에 시동을 건 가운데 한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역시 한미관계와 대북정책을 담당할 외교안보 분야 인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현지시간) 자신의 선거운동을 승리로 이끈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며 내각 구성의 신호탄을 켰다.

이어 지난 9일에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현재 구성 중인 트럼프 행정부엔 헤일리나 폼페이오를 부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특정 인물에 대한 '인사 배제'를 공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의 주유엔 대사였던 니키 헤일리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트럼프 당선인과 경쟁을 펼친 바 있고, 마이크 폼페이오는 트럼프 1기 때 국무장관으로 대북 협상을 주도한 인사다.

비중 있는 인사들을 SNS로 한 번에 '쳐내는' 방식으로 봤을 때,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인선에 자신의 호불호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해거티·오브라이언 등 국무장관 후보들…"동맹비용 올려야" 한 목소리

우선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관하는 국무부장관으로는 한국과 여러 '접점'이 있는 빌 해거티 전 주일 미국대사가 거론된다. 그는 지난 9월 한국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TED)에 참석해 자신을 "한미 동맹의 강력한 지지자"라고 밝히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만나 양국 간 경제적 교류를 논의한 바 있다.

다만, 그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첫 집권 때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을 두고 "사업가가 협상하는 방식"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논의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트럼프 당선인처럼 동맹의 가치와는 별개로 미국의 실익을 우선시하는 철저한 '거래주의자' 성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트럼프 1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들 중 유일하게 트럼프와 불화를 겪지 않은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이번에도 국가안보보좌관이나 국무부 장관 등의 고위직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 단절(decoupling)을 위해 세계 자유국가들의 강력한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를 더 쓰라고 압박해 나토가 강해졌다"면서 한국 역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5%~3.5%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지막까지 부통령 후보로 고려된 '트럼프 최측근'이자 상원 외교위원회와 정보위원회에서 공화당 간사로 활동한 '외교통' 마르코 루비오도 중책을 맡을 인사로 거론된다. 그는 '틱톡 금지법' 등 대중국 견제 법안을 여러 차례 낸 적 있어, 만약 그가 국무부장관이 된다면 향후 미중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그 버금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국무부 또는 에너지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스다코타는 미국 최대 셰일 유전지역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중 "(버검은) 내가 아는 누구보다 에너지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가 내각에 기용된다면 에너지·농업·항공·미래산업(수소 생산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전폭적으로 이루질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요동치는 안보 지형…北 핵보유국 인정·방위비 재협상·韓 핵무장 가능성

국방부장관 및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위대한 파이터"라고 평가한 리처드 그리넬의 이름이 거론된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주독 미국대사를 역임하며 주독 미군의 3분의 1 철수를 통보했고, 미국 고위직 중에서는 처음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인물이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에 기반해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뒤 비핵화 논의가 아닌 핵 동결 내지는 감축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어 한국 입장에서는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종식' 선언의 밑그림을 그린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 역시 안보 분야 고위직 후보군이다.

선거 기간 트럼프 당선인의 '싱크탱크'를 자처한 그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에는 평화협상을 해야 무기지원을 하겠다는 식으로, 러시아에는 평화협상을 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늘리겠다는 식으로 양쪽을 압박함으로써 평화회담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방위비를 제대로 낸 국가에 대해서는 걸맞은 대우를, 지불 안 한 국가는 차별하자"는 발언을 통해 한미 SMA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는 '한국 핵무장론'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바이든 정부의 '워싱턴 선언'이 확장억제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이 핵무장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밖에도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이나 방산기업 CEO 출신인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과 톰 코튼 상원의원, 마이크 로저스 하원의원,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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