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직전 '핵 존재감' 과시한 북한…향후 전략은?[트럼프 시대]

북미 간 '대화의 장'은 열렸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News1 DB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확정되며 북한의 대응 셈법도 복잡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직전 집중 과시한 '핵능력'을 협상 테이블로 가져갈지, 더 강도 높은 위력 과시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북한은 미국 대선 두 달여 전부터 줄곧 '핵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지난 9월과 10월 각각 김정은 총비서의 시찰 아래 핵개발의 심장부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과 전략미사일기지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다.

그러다 지난달 31일 신형 ICBM '화성-19형'을 시험발사하고 "핵무력 강화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도발의 정점을 찍었다. 사거리 1만 5000km 이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발사한 것은 '미국이 상대해야 할 카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가시화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의 대응 시나리오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북한은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두 정상 간의 '직거래'를 통해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금까지 선보인 각종 핵능력이 그대로 협상 테이블에서의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에서 "나는 김정은을 잘 안다"거나 "그는 날 좋아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는 발언 등을 통해 개인적인 친분을 자랑했다. 이어 "(북한의 군사 도발 문제를) 나는 전화 통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자신의 해결 의지와 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북제재 완화 혹은 폐지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원하는 북한의 입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과거처럼 '비핵화'를 반대급부로 내놓을 가능성은 작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비핵화가 아니라 '군축'을 목표로 삼을 경우, 한국은 북핵을 영구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반면,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으면서 이제는 북미 간 대화가 '트럼프 1기' 때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북한은 스스로를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며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설 생각이 절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핵 동결·군축'을 넘어 '비핵화'까지 요구한다면 북한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양측 간 대화가 교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미 한번 '하노이 결렬'의 쓴맛을 본 북한 입장에서는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통 큰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그 '플러스 알파'를 과하게 요구해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과적으로 김 총비서가 국제적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최근 급격히 전개된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도 변수다. 지난 6월 북러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은 데 이어 북한은 대규모 전투부대를 러시아에 파견했다. 이에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불확실한 '어음'을 얻기보다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을 통해 확실한 결과물을 받는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 기조가 유지될 경우 북한의 대미·대남 강경책은 더욱 강화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 역시 북미 간 '대화의 장'이 열릴 가능성은 있지만 이것이 '북핵 문제의 해결'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입장에서 최대 관심사는 핵보유를 인정받는 것인데, 현재 단계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에는 고려할 변수들이 너무 많다"면서 "회담 자체가 성사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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