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도 셈 복잡하다…파병 논란 '정면 돌파'냐 '계획 수정'이냐
푸틴의 '파병 시인' 언급 나왔지만 예상밖으로 '호전성' 떨어져
국제사회 반발에 전략 수정해 '전투병 투입' 피할 가능성도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언급을 내왔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뜨뜻미지근한' 메시지가 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질문을 받고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의 정황을 담은 위성사진에 대해선 "사진은 중요한 것"이라며 "사진이 있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한국이 북한군의 파병 정황을 포착해 공개한 '위성사진' 등을 언급하면서 내놓은 이번 발언은 러시아가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러시아는 그간 외교 당국을 통해 북한군의 파병이 '가짜뉴스'라거나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에 놀아나는 것'이라는 강경하고 완고한 '부인'의 메시지를 냈다.
그런데 돌연 국가 정상이 직접 나서 관련 사실을 인정한 것은,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이번 사안에 대응하는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긴급한 전략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문제는 메시지의 톤이다. 북한군의 파병이 전투병이며, 러시아가 이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전의 공세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군의 파병을 인정하면서 낼 입장은 매우 호전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는 상황의 긴박함을 끌어올리는 수준의 메시지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뭔가를 하긴 할 것이지만 일단 지켜봐라'라는, 일단 상황을 좀 가라앉히려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는 평가도 있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북한군의 신원을 동양계 러시아인으로 위조해 전선 투입을 고려하는 등 북한군 파병 관련 초기의 계획이 한국 정보당국에 의해 밝혀지면서 일부 전략을 수정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북러가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의 내용을 담아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이 러시아 하원의 비준을 받은 뒤 나온 것으로, 오히려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미국의 '공식 확인'을 기다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미국의 반응을 보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세우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아울러 '전면적 계획 수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초에 세운 북한군의 전선 투입 계획을 수정해 지원 인력 중심으로 파병 인력의 구성을 바꿔 외부의 관측이 '틀렸다'는 선전을 펼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도 최근 한창 열을 올렸던 '적대 기조'가 한풀 꺾인 듯한 모습이다.
북한은 이달 들어 '평양 무인기 사건'이나 남북 연결도로 폭파 등을 계기로 말 폭탄을 쏟아내고 청년들이 입대를 자원하고 있다면서 외부를 향한 내부의 적개심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미국 본토용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 기지를 시찰하면서 '대미 협상 카드'를 부각하고, 전날과 이날에는 관영매체를 동원해 '농업 성과'를 낼 것을 주문하는 등 호전적 분위기를 지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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