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규모 파병' 초강수 둔 북한…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나
북한, 러시아로부터 핵·미사일 기술 이전 가능성
반면, 주민 민심 이탈·북중 관계 악화·외교적 고립 등 리스크도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를 러시아에 파병하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이로 인한 군사·경제적 이익만큼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 2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대규모 전투병력을 다른 나라 전쟁에 참여시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이런 파격적인 결단에는 러시아로부터 군사·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카드는 핵·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한 재래식 무기 지원을 넘어, 그동안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기 어려웠던 첨단 기술들을 '통 큰 희생'을 통해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핵추진잠수함 기술 △극초음속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등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에 가서 푸틴을 만나 관심을 표한 여러 최첨단 무기와 군사장비를 획득할 길이 열렸다"라고 예측했다.
또한, 북한이 현대전 경험을 쌓고 새로운 무기를 사용해 볼 기회가 될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6·25 전쟁 이후 소규모 인력 파병은 계속 시도해 왔지만, 실제 전쟁을 겪어본 적은 없다"면서 "이번 실전 투입을 통해 앞으로 있을 전장에 대한 준비태세를 높이고 자기들의 개발한 무기를 써 볼 발판이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못지않게 경제적 지원도 북한이 원하는 부분이다. 대북제재로 인해 막힌 노동자 파견을 아직 대북제재의 항목에 없는 '파병'을 통해 해결하면서 러시아로부터의 부차적인 경제 지원도 북한이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번 파병에 뒤따르는 위험 요인들도 상당하다. 가장 큰 리스크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 가능성이다. 만성적인 경제난에 지난 여름 수해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타국으로의 대규모 파병 소식이 내부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군은 러시아가 병력 부족 문제로 우크라이나에 점령당한 쿠르스크 격전지 등 최전선에 배치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북한 주민들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점을 우려한 듯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에 아직까지 파병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북한이 이미 '민심 이반'을 감지해 파병군인의 가족들을 별도로 이주시켜 '특별 관리'에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파병은 최근 냉각된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악수'가 될 수 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불러올 위험이 있는데, 이는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양욱 연구위원은 "당장 나토 등 서방국들의 참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보호를 위해 더 공세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해외에 나간 군인들을 통해 외부 정보와 문화가 북한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임을출 교수는 "파병된 군인 대다수가 90년대에서 00년대 사이의 젊은 세대"라면서 "그간 폐쇄적이었던 북한 체제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에게는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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