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과 '극과 극' 정세에서 다시 움직인 김정은…무엇이 달라졌나
'비핵화' 위해 움직였던 김정은, 4년 만에 '핵 고도화' 위해 외교 나서
- 서재준 북한전문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북한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정상 외교'가 4년 만에 본격 재개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4년 전과 판이하게 다른 정세 속에서 외교의 전면에 나선 그의 목표는, 달라진 정세만큼이나 그때와는 큰 차이가 나 보인다.
정부는 김 총비서가 11일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목적지는 블라디보스토크가 유력하며, 현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9년 4월 푸틴 대통령과 집권 후 처음으로 만났다. 당시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였지만, 북한은 '비핵화'를 통한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당시 그의 행보는 비핵화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굳건히 하고, 어느 정도는 미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현재의 정세는 당시와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완전 결렬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으로 접어들며 국경과 교류를 '봉쇄 및 차단'한 뒤 '비핵화' 역시 접었다.
오히려 북한은 고립을 기회삼아 핵의 고도화를 시도했다. 지난 2018년 비핵화 협상을 시작할 때 없었던 '전술핵운용부대'가 창설됐고, 남한을 겨냥한 각종 핵무기 사용 전략이 수립됐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순항미사일 등에 핵탄두 탑재를 추진하고 일부 '완성'을 선언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심의 핵무기 전략을 보다 복합적으로 '진화'시켰다.
아울러 핵무기의 개발 및 보유, 핵무기 사용의 조건까지 법으로 규정하며 북한식 새 '핵 독트린'을 완성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정세도 크게 요동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한동안 좁혀지지 않을 대립을 지속하고 있고, 이를 옹호하는 중국·북한과 동북아에서의 강한 밀착을 통해 정세에 대응하고 있다.
한미일 역시 북한의 핵 고도화에 공동 대응하며 이를 옹호하는 러시아, 중국과 맞선 3국의 밀착을 공고화하고 있다.
소위 '신냉전'으로 규정되는 이같은 정세는 김정은 총비서의 '정상 외교'의 필요성과 목적을 완전히 바꿔 놨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는 전쟁의 빠른 종결을 원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야 이득을 얻는 북한의 셈법이 모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러시아는 중장기적 관점의 한미일 압박을 위해 동해로 추정되는 해상에서의 연합훈련을 북한에 제안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나토'(NATO)에 대한 대응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러시아가, 반대로 새 군사연합을 통해 태평양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고 싶은 의도로 보인다.
북한 역시 코로나19 봉쇄 이전 러시아로부터 얻었던 경제적 이득이 탐날 수밖에 없다. 이런 밀착 국면에서는 특히 경협의 폭을 빠르게 확대하기 좋기 때문에, 북한도 대러시아 관계에 속도를 낼 이유가 충분하다.
이처럼 4년 전 김 총비서의 외교와 지금의 외교는 환경적 요인에 있어 완전히 상반되는 상황에서 전개가 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이르면 연내 중국과의 정상회담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까지 성사된다면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강한 군사적 밀착을 암묵적으로나마 더 추동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서 군사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의 기술을 일부 이전받기 원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년 전 비핵화를 위해 나섰던 김 총비서의 정상 외교는 불과 4년 만에 다시 '핵의 고도화'라는 완전히 다른 목표를 위해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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