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南 정치적 혼란에 거리두기…계엄 후 '반정부 시위' 보도 뚝

지난해 노동신문에 보도되던 '尹 퇴진 집회', 계엄 이후 사라져
북한, 보도시 체제선전 효과보다 '역효과' 크다고 본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일자 6면에 한국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탄핵 시위 현장을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면서 의도적인 '거리두기'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북한이 자신의 체제선동 수단으로 활용해 온 한국의 '반정부 촛불집회'에 대한 보도가 계엄 직후 사라진 점이 눈에 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전날인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언급하며 "괴뢰 한국의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정치적 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계엄과 탄핵이라는 한국의 중차대한 정치적 사건을 내부에 알리면서도 예상보다 절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계엄이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북한이 관련 보도를 한 건 4번에 불과하며, 해당 보도는 모두 담화·성명·논평 등 당국의 입장이 선명하게 표출되는 방식이 아닌 한국 언론과 외신보도를 인용한 우회적인 형태였다.

무엇보다 북한이 연일 보도해 오던 한국의 '윤석열 퇴진 요구 시위' 기사가 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자취를 감춘 점에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북한은 노동신문 6면에 한국 학생과 교수, 시민단체 등의 윤석열 정권 퇴진요구 및 시국선언 현장을 거의 매일같이 보도했다. 비상계엄이 일어난 12월 3일과 4일까지만 해도 신문은 "윤석열 괴뢰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운동에 종교인들이 합세했다"거나 "촛불행동, 국민주권연대, 진보연대를 비롯한 각계 단체들이 윤석열 괴뢰 퇴진과 파쇼악법의 폐지를 요구했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다.

그러나 신문은 12월 5일부터 현재까지 약 한 달 동안 관련 보도를 싣지 않은 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 및 해제한 사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도 연이어 탄핵당한 사실 등 최소한의 상황만 건조하게 전달하는 모양새다.

이에 당초 북한이 한국의 정정불안을 자신들의 체제선동 및 도발의 기회로 삼을 우려가 제기된 것과는 달리, 오히려 북한은 한국의 혼란과 자신이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로에 대한 내정불간섭을 원칙으로 하는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상태에서 자신들이 한국 정치 상황에 개입하는 건 명분이 없으며, 섣부른 개입이 가져올 실익도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개입이 도리어 계엄을 정당화하는 빌미가 되거나 한국 보수세력을 결집하는 계기가 되는 등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탄핵 정국 속 한국 시민들의 민주주의적 시위 문화 등 '피플 파워'가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이 관련 보도를 접했을 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계엄 사태 이전에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불만을 집중 보도하며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던 북한이 계엄 이후에는 보도를 간간히, 선택적으로 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여러 손익을 계산했을 때 남한의 혼란상을 자주 보도하는 건 부담이 된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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