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해지원' 원했던 민간단체, '접촉 불가' 결정에 행정심판 청구

지난 여름 북한 대규모 수해…민간 10곳 인도적 지원 시도
북민협, 정부 '접촉기간 연장' 거부 결정에 지난달 행정심판 청구

통일부 전경.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 수해지원을 위해 대북 접촉에 나섰던 국내 민간단체가 "정부의 대북 지원 정책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나섰다.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는 지난달 18일 통일부를 상대로 '북한 주민 접촉 수리 거부'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7월 말 북한 압록강 일대에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자 북민협을 비롯한 민간단체 10곳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에 수해물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우리 정부에 '대북 접촉 승인'을 신청했다.

이에 정부는 8월 30일부터 9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서한·이메일·팩스 등의 간접적인 방식을 통한 접촉이라는 조건 아래 이를 승인했다.

다만, 한 달 동안 북한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이에 북민협은 지난 10월 15일 정부에 접촉 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정부는 "단체 10곳이 모두 북한에 여러 방법으로 충분히 지원 의사를 전달했지만 북한의 수용 의사가 없다는 걸 다 같이 확인했다"며 10월 29일 추가접촉에 대한 거부 처분을 냈다.

북민협 측은 정부가 대북 접촉을 승인한 기간과 방식이 모두 적절치 못했다는 입장이다. 남북 교류가 오랫동안 단절됐고 최근 북한이 적대적 대남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한 달 동안 비대면 방식'을 통해 북한과 접촉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지원 활동을 오래 해온 민간단체들은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관건은 북한 측 의사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일방향적 결정을 했다는 것이 단체의 주장이다.

북민협 관계자는 "이런 대규모 수해의 경우 북한 주민을 직접 만나서 피해가 얼마나 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이를 모두 제한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보여주기식 승인이 아니었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민간단체 관계자 역시 "9월 접촉 기간 동안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주중국 북한대사관과 주심양 총영사관에 서한을 보내고 기다리는 것뿐이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2022년 정도부터 북한 주민과 소통하지 말라는 게 정부 입장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접촉을 자제해 왔다"면서 "그동안 북한의 변화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재난 지원을 하려다 보니 어디로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통일부가 제공한 '최근 10년간 북한 주민 사전접촉 신고 처리 현황'에 따르면 올해 우리 국민의 북한 주민 사전접촉 신고·승인 건수는 최근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접촉 신고는 16건·승인은 8건인데, 이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에 치달았던 2016년의 53건·15건, 코로나19로 접촉이 제한됐던 2021년 153건·152건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또 다른 민간단체 관계자는 "이번 수해지원을 위해 예전에 함께 일했던 대북사업 파트너에 다시 접촉하기 위해 오랜만에 중국 단둥을 찾았지만 사무실 자체가 아예 사라져 있었다"면서 "남북교류가 단절된 기간 동안 협력 통로가 거의 끊기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민간단체 간 '소통 부재'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북민협 관계자는 "예전에는 민관정책협의회나 실무협의회 등의 자리를 통해 양측이 대북 문제를 논의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기회가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행정심판 청구와 관련해 통일부는 "수해는 긴급구호가 필요한 인도적 위기인 만큼 10개 단체의 접촉 신고를 수리했지만, 그 결과 북한의 수용 의사가 없고 추가접촉에 따른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앞으로 행정심판법에 따라 절차를 거칠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