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의 계엄 사태' 전략적 활용…체제 선전·대남 적개심 고조

"민주주의 체제 불안 사례로 선전…국제사회서 '이중잣대' 주장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국회 관계자들이 몸싸음을 벌이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며 촉발된 혼란과 갈등 상황을 '남남갈등' 극대화 또는 내부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로 여기고 체제에 유리하도록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한국 사회 내부 혼란을 체제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해 온 북한이 이번에도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이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5일 분석했다.

우선 심리전 차원에선 남한이 계엄령 같은 극단적 조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중점적으로 공개하며 '민주주의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전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노동신문을 통해 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를 비난해 왔는데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적극적으로 보도해 왔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기존 보도 형식에 좋은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북한은 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북 강경 태세'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데 (계엄령 사태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더 극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동안 신문에서 공개해 온 것처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북한 지도부가 그동안 윤석열 정부를 차단하고 단절하려는 이유,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가려는 이유가 얼마나 타당하고 정확한 판단이었는지 강변할 수 있는 소재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보낸 삐라(전단)를 보면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많이 언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이 '정권 연장을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라는 식의 내용이 많았다"며 "대남 프로파간다로 이번 사태를 언젠가는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외적으로는 국제적인 자리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용도로 재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한 폭로를 이어온 만큼 역으로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이중잣대' 등을 언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2024.1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다만 이번 사태가 간밤에 급박하게 진행된 경향도 있어 북한도 면밀한 분석을 위해 당분간 사태 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홍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도 북한은 계엄 선포 당시, 혹은 정치적 변동이 있을 때 바로 입장을 낸 적이 거의 없었다"며 "정치적 변동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지 윤곽이 나오면 그때부터 반응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바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민주주의 체제'와 직결된 사태를 보도할 때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반응 시기는 늦춰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과거에도 북한은 한국의 탄핵을 보도했다가 지도자를 시민이 내쫓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 셈이 되어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기 때문에 주민들의 학습 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신에서는 탄핵 논의보다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대한 불안감을 더 드러내고 있는 만큼, 북한도 신중하게 사안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동엽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오히려 북한 당국은 한국보다 더 냉정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며 "북한이 가고자 하는 대남 노선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라고 말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