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대적 두 국가' 주장 北…태권도에서도 '통일' 지우기

북한 국제태권도연맹, 품새명 '통일' 변경 논의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 아래 헌법과 애국가 등에서 통일·민족 개념을 지우고 있는 북한이 이번에는 태권도에서도 '통일 지우기'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국제태권도연맹(ITF)은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품새 '통일'의 이름을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ITF는 북한이 주도해 온 태권도 조직으로, 한국 주관의 세계태권도연맹(WT)와는 다른 단체다.

ITF는 내년 10월 이탈리아 예솔로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품새명 '통일'을 연맹의 초대 총재인 최홍희의 필명 '창훈'으로 변경하는 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남북 적대적 두 국가' 정책과 이에 따른 '통일·민족 지우기 작업'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에서 '교전 중인 적대적 국가'로 새롭게 규정했다.

북한은 올해 4월 '애국가'라는 명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바꾸고,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이라는 가사에서 한반도 전역을 뜻하는 '삼천리'를 빼는 등 새 결정 이후 '한민족'과 '통일'의 개념을 지우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명시하는 내용을 반영한 개헌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TF는 '통일'이라는 품새명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젊은 태권도인들이 기술에만 집중하고 있어 최홍희 총재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의도"였다면서 "최 총재의 가족들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태권도 업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윌리엄 하워드 ITF 기술 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최 총재가 태권도를 창시한 이유 중 하나는 통일을 위해서였다"면서 "북한은 통일을 지움으로써 태권도의 가치와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3월 태권도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단독으로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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