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무인기 침투" 주민에게 알린 北…"대남 적개심 고취 의도"
"국방성 아닌 외무성이 발표…단정할 증거 없어 외교적 차원 접근"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남한 무인기의 평양침투에 대응한 '보복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위협한 가운데 이러한 사실을 주민들에도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행보가 '적대적 두 국가론'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면서 내부 결속에 충분히 활용려는 의도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북한 외무성이 전날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주권사수, 안전수호의 방아쇠는 주저없이 당겨질 것이다' 제하의 '중대 성명'을 신문 1면에 게재했다.
신문에는 "한국이 지난 3일, 9일, 10일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를 살포했다"라는 주장이 실렸다. 이에 대한 증거로 '9일 오전 1시13분'으로 표기된 사진에 담긴 '한국 무인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전단지를 살포하는 장면과 '삐라묶음통'에 담긴 전단지를 그대로 공개했다.
이어 성명에서는 "대한민국은 이번 사건을 놓고 상투적인 방식으로 변명하려 들거나 또다시 억지주장을 펴면서 책임을 모면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한국이 국격이 "뻔뻔스럽게 겉과 속이 다르고 가장 저열하고 유치하며 가장 저질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이 신문 1면에 김정은 당 총비서나 김여정 부부장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한국' 등의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한국을 지칭하는 단어는 '남한', '괴뢰' 등으로 대체하며 언어로부터 오는 주민들의 사상 동요를 막기 위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는데, 그만큼 이번 사안의 긴급성을 부각하며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김 총비서가 김정은국방종합대학에서 연설한 내용을 소환하며 "얼마전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한 국가수반의 입장이 결코 대한민국을 공격할 준비가 되여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며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재차 명시했다.
과거 전례로 비춰볼 때 북한은 남측의 군사 훈련 등 대외적 정세를 활용해 자국의 국방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아왔는데, 이번에도 추후에 있을 남한을 향한 무력도발이나 남북관계 단절 조치 강화를 위한 정당성 확보를 위해 '자위권' 보호를 주장하며 주민들에게 전략적으로 사건을 노출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일 우리의 국군의날 행사를 빌미로 강력한 대남 비난에 나서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조롱하거나 "대한민국은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친다",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다"라고 말하면서 고강도 핵 위협을 가했다.
이번 성명에서도 외무성은 "대한민국의 모험주의적인 행위는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위험이 어떻게 야기되고 있는가를 명백히 설명해 주고 있다"며 관련 책임이 남측에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군의 작전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또 통일부가 최근 접촉해 온 대북 전단 살포 단체 중에서도 무인기를 사용하는 단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명 발표에 대해 다수 전문가들도 북한이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 보다는 '적대적 두 국가'조치의 연장선에 있는 외교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정확한 기체 확보를 통해 한국 정부의 행동이라고 단정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긴장이 조성될 위험성을 의식해 국방성 보다는 외무성이 담화를 발신한 것 같다"라며 "따라서 한국 정부의 반응과 사태 전개 상황을 보고 대응 수위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외무성 명의는 '두 국가' 조치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지만 북한 군부의 명의가 아닌 것은 의문점"이라며 "강대강 대치로 얻는 것이 없는 만큼 양측의 살포 중단 모라토리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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