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1.2% '남북관계 현재가 좋다'···'통일 무관심' 비율 높아져

'점진적 통일' 찬성 45.6%…2007년 조사 이래 최저 수치
"통일 편익·당위성 아닌 주민 실상 아는 것이 인식 개선에 도움"

'2024 통일 의식조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제공)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남북이 통일을 지향하지 않고 현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10명 중 3명(31%)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김범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은 2일 '부상하는 분단 지지, 흔들리는 통일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급변하는 통일 의식'이라는 주제의 '2024 통일 의식 조사'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수치다.

비슷한 맥락으로 '통일에 관심이 별로 없다'라고 응답한 숫자도 2019년 5.8%에서 올해 약 두 배에 달하는 11.3%로 상승하여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여건이 성숙하기를 기다려 점진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45.6%로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김 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한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황수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주변국 관계 인식'에서도 국민들은 주변국들 또한 한반도 통일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2024 통일 의식조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제공)

'주변국들이 한반도 통일을 어느 정도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72.9%의 응답자가 미국이 남북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러시아는 95.7%, 중국은 95.5%, 일본은 89.0%가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통일 과정에서 주변 4개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크게 없었다.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2.6%로 조사 이래 계속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통일 협조에 대해서는 73.8%가 필요하다고 했고, 일본 69.2%, 러시아 64.7% 순으로 협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일본의 협조 필요성은 지난 2020년 49.7%로 최하를 기록한 뒤 지속 상승하여 올해에는 약 20% 상승한 것이 특징이다.

김택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배경지식 변수가 통일 인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이 발표한 'Z세대의 통일 회의론 분석'에 따르면 기성세대의 통일 회의론에는 기존의 사회적 균열 요인들과 다양한 인구학적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오늘날 Z세대의 통일 회의에는 뚜렷한 균열 요인이 식별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배경지식 변수가 통일의 필요성, 가능성, 관심의 모든 측면에서 통일 인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는 오늘날 확산되고 있는 통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세대를 막론하고, 북한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통일의 편익이나 당위성을 강조하는 교육방식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삶과 북한 체제의 실상을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통일 인식 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