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쓰레기 풍선' 연속 도발…"기계적 살포로 남남갈등 조장"

"우방국 교류 늘리면서 대남 이슈는 '기계적'…심리전 주력"
"설전보다 장기전으로 남측 피곤…지치게 만드는 전략"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 인근에 북한이 살포한 쓰레기 풍선 잔해가 널부러져 있다. 2024.9.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최근 닷새 연속 남한에 쓰레기 풍선을 날려보낸 건 일종의 '대남 무시', '갈등 유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우방국과는 외교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고 있는 반면 한미연합 군사연습 등 대남 이슈에는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 남한 내부에서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9일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 과거에 주로 해오던 무력도발 없이 쓰레기 풍선만 날려보내고 있는 것은 각종 대남 이슈에 대한 기계적인 대응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남한 내부에서의 갈등 등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려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는 "과거에는 정례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이 있으면 소규모 도발 혹은 비난 성명이 나왔는데 올해는 그런 것도 없었다"라며 "따라서 대남 메시지는 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 풍선은 군사적으로 대응하기에 애매한 일종의 심리전"이라며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이다 보니 (남한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회색지대를 통해 '대북 규제 안 해서 이런 위협이 생기는 게 아니냐'라는 식의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모두 1250여 개의 쓰레기 풍선을 남한 쪽으로 날려보냈으며, 이 가운데 430여 개가 우리 지역에 떨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5일 동안 연속으로 대남 쓰레기 풍선을 날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북한이 현재 이러한 행위로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데, 이는 추석을 앞두고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 확산을 통해 남남 갈등 유도를 의도한 것"이라고 봤다.

6일 오전 7시 2분쯤 인천시 계양구 한 아파트 인근에 북한이 날려보낸 쓰레기풍선이 내려 앉아 있다.(인천소방본부 제공)2024.9.6/뉴스1 ⓒ News1 박소영 기자

전문가들은 특히 우리 측의 '8.15 통일 독트린' 관련 제안에는 미동도 없는 북한이 같은 기간 동남아 국가들과 교류를 본격화하는 등 외교 기반을 넓히는 모습을 언급하며, 북한의 대남·대외 전략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박상길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베트남, 라오스, 태국,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7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북한은 최근 쿠바 주재 대사를 임명하는 등 재외 공관 대사들을 속속 임명하며 사회주의권 국가를 시작으로 대면 외교를 늘리는 추세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올해 초 연설에서 한·미·일 3국에 대항하기 위한 우방국과의 관계 강화를 지시한 바 있다. 지난해 8기 9차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대남기구의 폐지·정리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성 박사는 "우리의 대북 메시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반응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지금 추구하고 있는 대외 전략의 확대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는 '무시 전략'으로 가는 게 '실보다 득'이란 판단을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8.15 통일 독트린'도 같은 맥락으로 통일 이슈 등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속셈"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올해 본격적으로 대남기구를 해체하면서 대남 이슈에 대한 대응 역량이 축소된 게 그 대응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대남기구를 해체한 상황과 내부적으로 수해 복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 겹쳐 굳이 성명을 발표하거나 설전을 주고받기보다 장기전으로 남측을 피로하게 만들겠다고 접근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