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독트린'에 열흘 넘게 반응 없는 北…'무관심' 전략 가능성

尹 '대화협의체' 설치 등 제안…20일자 신문에서 간접 반응 보여
북한 내부 문제로 대응 늦을수도…통일부 "예년과 달라 예의주시"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시민이 북한 개풍군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2024.8.1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열흘 넘게 무응답으로 일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하고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이튿날 열린 브리핑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이 재가동되어야 한다"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반응 대신 지난 19일부터 진행 중인 하반기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이번 연습 기간 군사 도발을 단행할 가능성만 제시했다.

북한 외부성 미국연구소는 한미 연합연습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공보문을 발표하며 "핵 대결을 가상한 훈련까지 포함된 핵전쟁 시연"이라면서 "최상의 억제력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곧바로 남측의 제안에 공식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은 대체로 남측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기간 남북 간 대화를 피해 왔다.

예년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북 메시지에 대해 북한은 사흘 정도 후에 반응해 오는 패턴을 보였다.

지난 2022년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로 '담대한 구상'을 발표한 지 사흘 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면서 전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는 뚜렷한 대북 메시지가 없었음에도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비난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15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상설전시실 내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을 관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자유 통일을 위한 도전과 응전'의 내용을 담은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며, 북한을 향해서는 남북 당국간 실무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했다. 2024.8.1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간접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신문은 서울에서 103차 촛불집회와 시위가 개최된 소식을 전하며 "발언자들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규탄하는 문구가 하나도 없는 윤석열의 '8·15 경축사'는 '과연 일본 밀정 윤석열의 용산총독부 취임사'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조소했다"라고 보도했다. 다만 정부는 이를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

북한이 현재까지 남측의 제안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유는 대남 '무시 전략'일 가능성과, 대내외적으로 복잡한 상황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달 말 집중호우로 인해 서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수해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내부적으로 수습에 전국적으로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분석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는 남한을 민족이 아닌 '국가'로 보겠다는 새로운 결정에 따라 올해부터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하는 방식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아파치 헬기를 추가로 판매하기로 한 것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핵 운용 지침'을 세웠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즉시 반응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024년 올해 광복절 경축사는 '8·15 통일 독트린'이라는 대북 메시지가 거의 전부를 이루는데도 북한이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 없는 것은 작년과 재작년과는 다른 상황"이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