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만 100여개"…시대 변화에 달라진 탈북민의 '미디어 활동'
탈북 동기의 변화 등으로 다양한 계층 이탈…'주특기' 살려 북한 실상 전해
국제사회 활동 폭도 증가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탈북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미디어 콘텐츠가 다방면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양해진 탈북민의 성향과 계층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탈북민 출신으로는 최초로 통일연구원에 채용된 조현정 박사는 '탈북민들의 북한 인권 증진 활동: 성과와 제언' 제하의 보고서에서 국내 및 해외 거주 탈북민들의 미디어 활동을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언급된 미디어 종류는 △종합편성채널 △다큐멘터리·영화 △뮤지컬 △에세이·소설·수필·시집 △그림 △유튜브 등이다. 탈북민들은 이러한 미디어 창구에서 북한의 삶과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 탈북 과정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연 등을 증언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의 경험을 살려 만든 영화들이 눈에 띈다. 지난 2012년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탈북 군인 출신 정하늘 감독이 제작한 단편 영화 '두 병사'도 올해 1월 개봉되어 인민군 내 인권 침해 실상을 폭로했다. 정 감독은 유튜브에서 '북시탈TV'라는 채널을 개인 방송도 진행하며 북한 인권 관련 영상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100여 명의 탈북민이 공동제작 해 지난 6월 개봉한 허영철 감독의 영화 '도토리'는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할머니가 70여 년 뒤 북한에서 탈출한 손녀와 극적으로 상봉하는 이산가족 3대의 기구한 운명을 다뤘다.
강춘혁, 심수진, 안충국, 선무, 전주영, 최성국 작가는 그림을 그려 전시하거나 웹툰도 연재하고 있다. 탈북민 출신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로는 주성하TV, 강은정TV, 심하윤TV, 윤설미TV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북한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실태를 사실적으로 전하고 있다는 것이 조 박사의 분석이다.
이같은 미디어 활동의 증가는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념'이 탈북의 주요 동기였던 과거와 달리 먹고사는 문제와 '자유'를 더 중시하는 가치 변화, 다양한 연령대와 출신계층(평양·엘리트 출신, 2030세대 등)의 변화 등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탈북민들이 본인만의 관심사와 주특기를 살려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같은 미디어 활동 외에도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대외 활동도 과거와 달리 넓어졌다. 최근 국제회의에서는 탈북 청년들이 발언권을 획득하면서 북한 정권의 실상을 공론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김금혁, 김일혁, 한송미 등 탈북 청년들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회의, 제네바 정상회의, 유엔본부, 디펜스포럼(DFF), 테드(TED) 등에 참석·출연하며 북한 정권의 만행과 자유를 박탈당한 주민들의 현실을 영어로 막힘없이 설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외 거주 탈북민들의 북한인권 활동도 활발하다. 북한 꽃제비 출신 티모시 조 씨는 현재 영국 의회 내 북한 관련 초당파 모임인 'APPG NK'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엔 본부를 포함해 30여 개국에 초청받아 전 세계에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고 있다고 한다.
박지현 씨도 영국에 거주하면서 탈북 여성과 아동 인권 활동을 지속하고, 현재 맨체스터 지역 구의원 보수당 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 중인 김조셉 씨는 2013년 TED 강연에 출연한 후, 현재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정책연구소 부시 센터에서 인권 담당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앞으로 유엔 등 국제적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는 탈북민 인권활동가들의 체계적·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 박사는 조언했다. 탈북민들은 북한의 반인도범죄 행위에 대한 인권침해의 구체적 사례와 북한 내부 자료를 확보해 책임규명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박사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탈북민들의 핵심적인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목숨을 건 사투를 이겨내고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의 재북 경험과 강제북송의 참상에 대한 증언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고 관심을 이끌어내는 출발점"이라고 보고서에 서술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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