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산에 '자유를 향한 용기' 기념비 설치…"희생된 탈북민 추모"
통일부, '탈북민의 날' 기념비 조성…"北, 인권 탄압 멈추길"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아버지는 울고 있는 저에게 숨겨두었던 여비 200원을 손에 쥐어주시며 한국에서 만나자고 하셨죠. 그날 어떤 불길한 예감이 드셨길래 저를 두고 떠나셨나요?"
북녘땅이 보이는 통일전망대에서 한의사 한봉희 씨(48)가 탈북 과정에서 이별한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한 씨의 아버지는 두번의 탈북 과정에서 모두 중국 공안에 발각돼 강제 북송됐으며 고문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통일부는 1일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뒤뜰에서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맞아 이처럼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북한 주민들을 기억하고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삶을 응원하는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자유를 향한 용기'로 이름 지은 기념비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과 '용기'를 새기고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계기로 조성, 2024년 7월 14일"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 정권은 무모한 핵개발과 인권탄압을 멈추고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민생 개선에 나서길 바라며 자유와 번영의 한반도를 남과 북이 함께 열어나가는 길로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조형물의 디자인을 공공저작물로 등록하며 널리 활용되도록 함으로써 세계 곳곳에서도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모든 탈북민이 열심히 성공해서 성공의 스토리를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곧 우리 자유 민주 평화 통일을 앞당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의 편지와 시 낭독 시간도 있었다. 지난 1998년 탈북한 한봉희 한의사는 제막식 현장에서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시인 단체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오은정 탈북 작가도 탈북 가정의 아픔을 위로하는 시를 낭송됐다.
통일부는 "탈북 과정의 고된 여정을 견뎌 마침내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탈북만 한 분 한 분을 보호하며 따뜻하게 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oum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