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 공존'이 목표돼야 한다"…김영호, 외국 전문가들 의견 청취

"'통일 포기' 北 상대로 통일 협상할 수 없어…평화 공존이 목적"
"한반도 통일, 한국이 주도해야…미·중은 도울 여력 없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열린 글로벌 전문가 대상 새로운 통일 담론 의견 수렴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6.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출신 한반도 전문가들이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새로운 통일담론을 마련하는 데 있어 '평화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5일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글로벌 전문가 대상 새로운 통일담론 의견수렴' 좌담회를 열고 다니엘 핑스톤 미국 트로이대 교수 등 해외 전문가 9명의 의견을 청취했다.

영국 출신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사실상 통일을 포기한 상황에서 북한을 상대로 통일 담론을 갖고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라며 "새로운 통일 담론을 구상할 때 평화 공존이 전제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도 "북한은 지난해 말 통일을 포기했고, 그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남한이 통일 정책을 유지하더라도 그 목적이 평화 공존이란 걸 잊어버려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강조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불가리아 출신 알렉산드리아 요르단카 서울과기대 교수는 "평화적 통일은 국제사회의 지지에 달려 있다"라며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을 강조하고 인류보편적 가치인 자유를 집중적으로 강조하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통일 미래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일본 출신 아사바 유키 일본 도시샤대 교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법 앞에 평등 등 헌법에 통일한국이 지향해야 할 관점이 다 포함돼 있다"라며 "일방적 현상 변경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국제적 이해와 국제사회의 연대 속에 이뤄져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독일 출신 안톤 슐츠 기자는 "미국이 뭘 원하는지, 중국이 뭘 원하는지 (맞추다 보면)미중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라며 "(한국이) 남북문제에 더 자신감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 모틴 딜런 강원대 정치학 박사는 "2000년대 6자회담 같은 포맷을 만들어 미국, 중국, 러시아가 함께 대화하는 방안은 이제 현실성이 없다"라며 "중국도 위기이고, 미국도 한반도에 투자할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남북이 양자 소통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영호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북한은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다량의 오물풍선 살포, GPS 교란 공격, 탄도미사일 발사 등 우리를 향해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 도발행위를 감행했다"라며 "북한은 이제라도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도발을 멈추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서라도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라며 "대한민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할 것이며 통일 과정에서도 국제사회와 적극 연대하겠다"라고 밝혔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