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비핵화 반발' 담화로 한중일 이간 시도…中에 불만 표출도"

北, 한중일 공동선언 비난 담화에 …정부 "합의정신 희석 의도"
"누구든 비핵화 설교하면 주권침해"…南과 가까워지는 中에 불만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정부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담긴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반발한 것과 관련해 한중일간 이간을 시도하면서 특히 우방국인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전날 한중일 정상회의 후 발표된 공동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이 담긴 것에 반발하면서도 중국은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대남 비난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남한 비난에 집중하고 책임을 다른 데 전가하면서 한중, 한일 간 이간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외무성 담화임에도 남한을 집중 비난하고 있고, 합의 문구에 남한 입장만 반영된 것을 부각하면서 한일, 한중일 합의 정신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남 비난에 집중했지만 중국이 참석한 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담화에서 이번 회의를 '한일중 3자 수뇌회담'이라고 부르며 중국을 뒤쪽에 배치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과거 북한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중국·일본·남조선 수뇌회담'이라고 칭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담화에서 "누구든지 비핵화를 설교하면 (중략) 가장 엄중한 주권침해 행위로 간주한다"라며 중국 역시 비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6일 조태열 외무부 장관의 방중과 관련해서도 "그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해도 주권적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북한은 러시아·중국과의 밀착 강화로 동북아에서 신냉전 체제를 구축하며 체제 유지에 활용하고자 했으나 중국이 이에 거리를 두고 한국, 일본과 비핵화 관련 논의를 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의 담화가 한중일 공동선언 발표 2시간여 만인 전날 오후 6시 발표된 만큼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봤다. 지난해 4월 27일 한미 정상회담 관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는 이틀 뒤 나왔고, 같은 해 8월 18일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에 관해선 4일 뒤에야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이 나왔다.

통일부는 남북문제에 관해 대남기구가 아닌 외무성이 입장을 표명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금강산 방문 추진에 관해 외무성이 불허 입장을 밝힌 이후 이같은 입장 표명 행태를 유지하고 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