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내 '정부 자산'도 철거…이산가족면회소도 '위기'
2008년 7월 '상봉 정례화' 위해 건설했으나 5차례만 활용
개성공단 이어 금강산 지구도 북한 자체 개발 본격화 전망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측 민간 소유 자산에 이어 남측 정부 자산까지 철거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해 건설한 이산가족면회소 역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통일부는 북한이 금강산 지구 내 소방서를 지난달 말 완전히 철거했다고 10일 밝혔다. 금강산 지구 내의 정부 소유 자산은 소방서, 이산가족면회소 등 2곳으로, 이번에 소방서가 헐리면서 정부 자산은 이산가족면회소만 남게 됐다.
면회소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이산가족이 고령임을 감안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논의되면서 함께 추진됐다. 이에 따라 공사비 500억 원을 들여 2008년 7월 완공됐다. 최대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로, 철거된 소방서 바로 근처에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2층까지 면회소 건물과 면회사무소 등 2개 건물로 구성됐다.
면회소는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라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5차례밖에 활용되지 못했다. 면회소 완공 시점에 맞물려 발생한 발생한 고(故)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1년여 동안 사용되지 못하다 2009년 9월 제17차 이산가족상봉에서야 처음 활용됐다.
그러나 북한은 금강산 관광 중단이 계속되자 2010년 4월 면회소, 소방서 등 남측 정부 자산을 몰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같은 해 북측 적십자회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면서 2010년 10~11월 제18차 상봉이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이후 면회소에서는 2014년 2월(제19차), 2015년 10월(제20차), 2018년 8월(제21차) 등 비록 단발적이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3차례 더 이뤄졌다.
남북 간 항구적 협력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지구 내에서 민간 소유 자산에 이어 정부 자산까지 철거되는 것은 현재 남북 간 단절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통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 최고지도자들이 지향했던 '통일 지향' 대남노선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북한이 2020년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지난해부터 개성공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우리 측 물자를 무단 반출하는 정황이 나타난 것처럼 금강산 지구 내 남측 민간·정부 자산 철거를 계기로 북한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자체적으로 개발, 운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 총비서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및 남북대화가 중단되자 같은 해 10월 금강산을 찾아 오래 방치된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했고, 2021년 1월엔 자체 재개발 의지를 밝혔다. 2022년부터 해금강호텔, 금강산골프장숙소, 온정각, 구룡빌리지, 문화회관, 고성항 횟집 등 민간 소유 자산 철거가 시작됐고 올해 1월엔 금강산 관광 운영 주체인 금강산국제관광국도 폐지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러시아 관광객을 받고 있으며 중국인 대상 관광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여행사인 '프로젝트 평양'은 북한 당국과 공모해 북한 관광 상품을 판매하면서 금강산에 새로운 대규모 관광지구가 조성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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