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내 '南 정부 자산' 첫 철거…정부 "강한 유감"(종합)
이산가족면회소 인근 소방서 철거…2008년 7월 준공
2010년 南자산 몰수…김정은, 2019년 비핵화 협상 결렬 후 "철거" 지시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정부 자산인 소방서를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금강산의 우리 측 정부 자산을 철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금강산 지구 내 우리 정부가 설치한 소방서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데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금강산 지구 내 소방서는 우리 관광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건축한 소방서다. 2008년 7월 8일 준공을 마쳤으나 3일 뒤인 11일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문을 닫게 됐다.
통일부는 북한 당국이 지난해부터 철거를 시작해 지난달 말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했다.
구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이 우리 시설물 철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라며 "북한의 일방적 철거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우리 정부의 재산권 침해 등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소방서 철거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금강산 지구 내 정부가 소유한 시설은 소방서와 이산가족면회소 등 2곳으로, 이산가족면회소와 관련해선 특별한 동향은 없는 것으로 통일부는 파악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남북 경협 사업이지만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뒤 재개되지 못했다. 북한 당국은 2010년 4월 이산가족면회소, 소방서 등 남측 정부 자산에 대한 몰수 조치를 실시했다.
2018년 4월,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정상화'가 논의되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19년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을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기대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 및 북미 대화는 중단됐고 김 총비서는 그해 10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라며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1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자체적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남측 기업이 소유권을 가진 금강산 지구 내 시설 해체에 나섰다. 3월엔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 4월엔 아난티가 운영한 금강산골프장 숙소, 8월부턴 온정각, 구룡빌리지, 9월엔 한국관광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문화회관 건물 해체가 시작됐다. 10월에는 고성항 횟집이 철거됐다.
지난 1월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안을 가결하며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남한을 완전히 배제할 뜻을 내비쳤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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