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2년]⑯ 北 '적대적 두국가' 선언…남북 단절 '최고조'

北, 남북통신선 두절→9·19군사합의 파기→'통일 포기' 등 대남 강경 행보 지속
미·일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북 압박…北, 러·중 밀착으로 맞대응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미소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 강화를 위한 대북압박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아랑곳없이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등 강경책을 구사했고, 급기야 남북관계를 '두 개의 적대국 관계'라고 규정하면서 남북관계의 단절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윤석열 정부는 남북관계의 개선에 초점을 맞췄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가짜 평화쇼'라고 비판하며 대북정책을 강경 기조로 전환했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국민 여론 환기를 위해 북한 실상 바로 알리기 사업, 탈북민 지원 및 기념 사업 강화, 북한인권 및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갔다. 문재인 정부에선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부각하지 않았던 사업들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통일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흡수통일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남쪽 체제 중심의 통일'을 언급하며 북한의 반발도 거세졌다.

이어 7월에는 윤 대통령이 과거의 통일부를 '대북지원부'였다고 지적하며 통일부의 대북 협상 및 지원 기능을 축소하는 등 정책 기조의 과감한 전환이 이뤄지기도 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인권 개선, 북한 주민들을 위한 외부 정보 유입,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강화 등 역대 정부가 하지 않던 사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라며 "정부의 정책이 김정은이나 북한 당국을 움직인다기보다는 북한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주민들의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은 3년 동안 긍정적 변화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남북 간 벽은 높아져 갔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등 남북 직통 연락선은 지난해 4월 6일 마지막 연락 후 단절된 지 13개월이 넘었다.

군사적 긴장 수위도 높아졌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것에 대응해 남한이 2018년 도출된 '9·19 남북군사합의'의 일부 효력정지를 선언하자, 북한이 다시 합의의 전면 파기 선언을 한 것이 남북 간 긴장의 수위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지난해 12월 북한은 또 한 번의 초강경 행보를 선언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통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과거 남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으로 규정돼 서로를 인정했던 것을 완전히 뒤집는 선언으로, 과거 남북의 합의와 헌법정신을 모두 무효화 하겠다는 것이기도 했다. 이후 김정은 정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를 정리하고 선대 지도자의 유산인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까지 철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남북관계 개념을 유지하며 북한의 강경 행보에 한미일을 중심으로 압박을 강화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미일의 밀착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를 통해 경제적, 군사적 이익을 얻으면서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을 '컨트롤' 해야 하는 중국도 북한, 러시아의 무법적 행보를 묵인하면서 한미일 밀착 흔들기를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북한이 선언한 남북 '두 국가 체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센터장은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대북정책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자율성을 갖지 못하면 미국, 일본에 더 의지할 수밖에 없고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접촉·대화하려고 계속 노력해야 하며, 그것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고 자율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