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떠나는 '200회 남북회담사 산증인' 허희옥 기자실장
25년간 남북 오가며 취재 지원…리선권 '일잘하는 실장 선생' 칭하기도
탈북민 기부 선행도…"기자실이 곧 실장님" 감사패 전달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통일부 기자실이) 저한테는 전부였던 것 같아요."
'남북회담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허희옥 통일부 기자실장(58)이 건강상 문제로 퇴임했다. 허 실장은 1986년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시절 입부해 38년을 통일부에서 일했다. 그중 25년을 기자실장으로 통일부 출입기자들의 취재를 지원했다. 그는 2012년 암 판정을 받고, 몇해 전 암이 재발해 투병하는 가운데서도 기자실을 지켜왔으나 결국 지난 3일 사직했다.
허 실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여 회에 이르는 남북대화·행사 운영에 참여했다. 그는 남북회담본부부터 판문점, 평양, 개성, 금강산까지 남과 북을 오가며 진행된 남북 대화의 현장 뒤를 지키고 서 있었다.
2000년 김용순 대남특사의 방남, 2007년 김양건 대남특사의 방남,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황병서 당시 군 총정치국장 등 '고위급 3인방'의 방남 등 갑작스러운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문 때도 긴급히 풀취재 기자단을 꾸리고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했다.
허 실장의 업무 능력은 북측 인사로부터도 인정받을 정도였다. 그는 2018년 평양에서 열린 '평양 민족통일대회' 행사 때는 남측에서 유일한 취재지원 인력으로 현장에서 취재진을 지원했는데, 북측 기자들도 허 실장을 찾았다고 한다. 이에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허 실장에게 '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허 실장은 재직기간 대통령 표창 1회, 국무총리 표창 1회, 장관급 표창 5회 등 정책소통과 여성공무원 권익 향상 등 공로로 포상을 받았다. 업무 외에도 사적으로 탈북민을 돕고 기부를 하는 등 선행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통일부 기자단은 지난 9일 마지막 인사를 위해 기자실을 찾은 허 실장에게 "통일부 기자실은 곧 실장님이었고, 실장님이 곧 통일부 기자실이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감사패를 전달하며 건강을 기원했다.
허 실장은 "근무를 하면서 너무 재미있었고,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기자실이 많이 소중했다"라며 "그동안 너무 고마웠고, 정말 진심을 다해 기자들을 사랑하고 좋아했다"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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