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일거리'를 '락랑거리'로…헌법 개정은 南총선 등 고려해 결정"
통일 기념탑·'통일각' 현판도 제거…'통일 지우기' 계속
경제 이어 정치·군사 분야 남북합의서도 파기 전망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평양의 '통일거리'를 '락랑거리'로 바꾸고 '통일시장'을 '락랑시장'으로 바꾸는 등 통일 지우기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동족·동질관계' 잔재물을 청산하라고 지시한 뒤 사회 전반에 걸쳐 통일 지우기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이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북한은 이외에도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통일역' 명칭 삭제 △판문점 '통일각' 현판 제거 △방송상 화면 변경, 조국통일문구 삭제 △애국가 가사 변경 △지방에 설치된 통일기념비 제거 등 작업을 진행한 것이 포착됐다.
다만 김 총비서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한 후 현재까지 헌법 개정을 위한 다음 최고인민회의 개최 동향은 아직 없다.
이번 제14기 대의원 임기 만료에 따라 15기 대의원을 새로 선출해야 하지만 아직 선거 관련 공지가 없고, 14기 회의를 한 번 더 열더라도 최소 회의 21일 전 소집을 발표하는데 관련 공지도 없는 상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국회의원 선거(4월 10일), 국회 개원(5월 30일) 등 한국 정치 일정을 보면서 최고인민회의 개최 시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헌법상 통일 조항 삭제'와 같은 대남 메시지를 밝힘으로써 한국 사회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김 총비서가 언급한 대로 헌법에서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간주하는 내용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시키는 '해상국경선' 선포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쟁 시 대한민국을 편입하는 내용도 헌법에 기재될 수 있다고 봤다.
조직 문제와 관련해선 대남기구가 갖고 있던 기능을 외무성이 흡수하는 방향의 외무성 조직 개편 및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남북합의기본합의서 등 정치·군사 분야 합의서 파기를 다룰 수 있다고 예측했다. 북한은 지난달 7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 분야 합의서만 파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최고사령관기' 흔적을 지우는 등 김 총비서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의 유산을 정리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2월17일 방영된 기록영화 '영원히 가리라 백두의 행군길을' 장면에선 최고사령관기가 등장하는데 불과 6일 후 방영 때는 삭제됐다. 통상 전차 훈련 때도 최고사령관기가 활용됐으나 지난 14일 보도된 탱크병 연합부대 간 훈련에선 인공기만 사용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보다 군이 우선시 됐던 선군정치에서 군에 대한 당의 지도·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군 통제 방식을 전환하는 동향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동원한 군 인력이 4만 명 규모일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북한은 10년 내 전국 20개 군에 공장을 건설한다는 목표로 20개 부대로 조직된 124연대라는 별도의 조직을 꾸렸는데, 각 부대가 통상 2000명씩을 감안하면 4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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