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탈북민 196명 입국…엘리트 탈북, 2017년 이후 최대"(종합)

엘리트 출신 10명 안팎 입국…"장기간 자유세계 경험으로 본국 귀환에 부담"
'2030 세대' 탈북민 99명 입국…전체 50% 넘겨

지난해 12월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이 총 196명으로 집계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2023년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남성 32명, 여성 164명 등 총 196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63명), 2022년(67명) 대비 3배 수준으로 증가한 규모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229명) 대비 85%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년과 2019년엔 입국 탈북민의 수가 각각 1137명, 1047명이었다.

지난해 입국인원의 84%가 여성이었고, 직업은 노동자·주부·농장원이 74%, 학력은 중·고졸이 72%를 차지했다.

출신지역은 접경지역인 양강도, 함경도 출신이 70%였다. 평양 출신은 12.8%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금까지 집계된 평양 출신 탈북민 비율(2.5%)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해까지 총 누적 입국인원은 3만4078명으로 남성이 9542명, 여성이 2만4536명이다.

통일부는 지난해 입국 탈북민의 대부분이 북한에서 바로 남한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제3국에 체류하다 입국했다고 밝혔다. 최근 3~4년간 북중·북러 국경을 통해 탈북한 인원수가 극소수였던 만큼 대부분 제3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다 입국했다는 설명이다.

또 2020~2022년에 거의 없던 해상 탈북 인원이 증가한 것을 특징으로 꼽았다. 지난해 동·서해상 탈북은 총 2건으로, 5월 서해로 9명, 10월에 동해로 4명 등 13명이 가족단위로 탈북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탈북 루트가 다양해지는 것은 북한 내부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입국한 엘리트 계층 탈북민의 수가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부는 신변보호를 위해 구체적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10명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 엘리트 계층은 외교관, 주재원, 유학생 등이며 이들은 신변 보호를 위해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지 않고 국가정보원이 마련한 별도의 시설에서 교육을 받는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해제되면서 장기체류하고 있던 외교관과 주재원, 유학생들의 귀국이 본격화됐다"라며 "장기간의 자유세계 경험을 한 상황에서 국경 봉쇄 기간 더 어려워지고 내부 단속이 강화된 북한을 보면서 (귀국에) 많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해외 공관 수를 감축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MZ세대 탈북도 증가 추세다. 통일부는 지난해 입국 탈북민 전체의 절반 이상(99명)이 '2030세대'였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과거에는 '식량난'을 이유로 탈북했다는 비율이 '북한체제가 싫어서' 탈북했다는 비율보다 근소하게 높았는데, 최근 조사에선 북한체제가 싫어서 탈북했다는 비율이 근소하게 앞서 있다"라며 "북한 내 MZ세대의 인식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남북하나재단의 지난해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들의 21.6%는 탈북 이유로 '식량부족'을 꼽았고, 20.4%는 '북한 체제가 싫어서'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엔 탈북이유로 '식량부족'과 '북한체제가 싫어서'가 각각 22.8%, 20.5%였는데 2021년엔 21.6%, 22.8%로 역전됐고, 2022년에도 21.4%, 22.6%로 북한체제가 싫어서라는 응답이 근소하게 앞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내 입국 탈북민 정착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북한이 향후 북중 국경을 개방해 나갈 경우 국경을 통한 탈북자가 점진적으로 증가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