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방역조치 위반' 이유로 공개처형…강간죄 형량은 낮춰"
통일연구원 '북한인권백서' 발간…"군대서 '태양의 후예' 보고 남한 노래 들어" 증언
'증산 실패+착복'으로 식량부족…"생산량 허위보고 후 착복"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td>
</tr>
</tbody>
</table>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방역조치를 위반한 주민을 공개처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와 같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이 담긴 '북한인권백서 2023' 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북한은 지난 2020년에 방역조치를 위반할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비상방역법을 제정했는데, 이번 백서에서 실제 공개처형이 진행됐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북한은 방역조치 위반을 비롯해 국가전복음모, 테러, 조국반역, 공화국존엄모독, 반국가적목적 파괴, 외국인 대상 적대 행위, 민족반역, 아편비법채취, 마약비법채취, 마약밀수·거래, 중살인 등 범죄를 사형 대상 범죄로 규정하는 등 형법상 사형 대상 범죄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공개처형은 2010년 이후 감소 추세라는 게 이규창 인권연구실장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처형 자체가 감소한 것인지, 처형 자체는 유지되는 가운데 공개처형이 비밀처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인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북한은 또 2020년 전후로 사회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법을 제·개정하고 있다고 이 실장은 분석했다. 특히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2년 개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은 사형이 가능한 규정까지 두고 있다.
이는 북한에 유입돼 확산되고 있는 남한 문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백서에 공개된 북한이탈주민 증언에 따르면 군대에서 '태양의 후예', '꽃보다 남자' 등 남한 드라마와 남한 노래를 USB에 담아 틀었으며, 2017~2018년엔 정치지도원 생일에 군관집에 가서 남한 노래를 틀었다고 한다.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은 본인의 자녀가 2019년 길거리 단속에서 남한 노래 200곡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적발됐다고 증언했다. 어릴 때부터 중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남한 드라마에도 이질감이 없고, 남한이 중국보다 잘 산다고 느꼈다는 증언도 수집됐다.
중국 영상은 최신 것을, 남한 영상은 시간이 좀 경과한 것을 보는데, 기존에 배웠던 남한 이미지와 영상물 속 모습이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다른 나라인 줄 알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북한이탈주민은 20대들이 남한의 옷차림을 많이 따라하고 잘사는 나라라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고 한다.
북한은 또 식량증산 정책 실패화 식량 분배 과정에서의 착복·유용으로 식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언에 따르면 식량 생산량에 대한 허위보고는 협동농장 작업반장이 주로 하며, 생산량을 속이고 남은 식량은 작업반장, 경비원, 농장지도원, 리 당 간부 등이 가져간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북한은 지난 2022년 5월 허풍방지법을 제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급제는 평양과 지방 간, 계층별로 불평등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당 간부 등 사회 권력층은 배급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친척들에게도 나눠 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만, 한 북한이탈주민은 5년 군복무 동안 옥수수가루 150g과 단무지만 배급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북한의 여성 권리 보장은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형법에선 강간한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하고, '정상이 심한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했다. 2022년 개정된 형법에선 각각 '4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4년 이상 9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으로 오히려 형량이 낮아졌다.
군대 주둔 지역에서는 민간 여성에 대한 군인들의 성폭력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고, 돌격대로 파견나간 여성은 건설현장에서 강간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여전히 전통적 가부장적 질서가 유지되고 있지만 최근 북한 가정의 가부장적 특성이 약화되고 가정에서 세대주(남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언도 확보됐다.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생계를 부양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여성들의 발언권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혼률도 높아지는 추세라는 증언도 다수 수집됐다. 다만 이혼을 하려면 법적 절차가 복잡해 돈과 뇌물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다수가 증언했다. 이에 따라 북한 여성들은 법률혼보다 동거를 통한 사실혼 관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백서는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중 가장 최근까지 북한에 머물렀던 71명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가 반영됐으며 북한인권 침해상황을 시민적‧정치적 권리 실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실태, 취약계층, 주요사안으로 나눠 분석했다.
통일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kuk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